윤석열 대통령이 얼마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고문으로 위촉하자 사람들은 세 번 놀랐다.
우선 변 고문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지위를 이용해 한 개인 사찰에 특별교부금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죄로 2009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더 놀라운 건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 소속이던 윤 대통령이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이들은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을 더 많이 기억할 것이다.
무엇보다 변 고문의 위촉 이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윤 대통령은 변 고문을 위촉한 배경에 대해 "많은 분들이 추천했다. 과거에는 총수요 면에서 거시경제 방향을 잡아왔는데 변 전 실장은 혁신, 공급균형 측면에서 4차산업혁명의 구조에 부합하는 철학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변 고문을 추천했을까. 또 변 고문의 이력을 '요리보고 조리봐도' 위촉 배경이 영 와닿지 않는다.
변 고문이 경제 전문가는 맞다. 행정고시 출신이자 경제학 박사인 변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차관과 장관에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성장과 복지를 목표로 한 주요 경제·사회 정책을 추진했다. 2017년에는 '경제철학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공급 혁신’이 가능한 기업생태계 조성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이 책을 읽은 것도 이번 위촉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보자. 단순히 공급 혁신이 가능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과연 4차산업혁명의 구조에 부합하는 철학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철학이라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한 이론은 물론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현상에 대한 분석, 해답까지 제시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나올 수 있다. 즉 4차산업혁명에 대한 구조를 알고 진정한 철학을 가지려면 기술에 대한 개념 뿐 아니라 실제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이해하고, 한계와 해결방안 등 총체적인 혜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2016년 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선언하며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인 기존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되는 기술적인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기술은 플랫폼, 공유경제, 사물·만물인터넷(IoT/IoE), 블록체인 등을 망라한다. 물리적 기술은 무인 운송수단, 로봇공학, 신소재, 3D 프린팅, 생물학 기술은 합성 생물학, 바이오 프린팅, 유전표지 등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 간의 융합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변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도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속에서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 우주강국 도약 등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글로벌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
이쯤되면 경제학자 출신인 변 고문과 4차산업혁명 구조와 철학의 괴리는 훨씬 더 커진다. '전문적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자문하고 정부의 핵심 정책을 선별해야 하는' 변 고문에 기대되는 향후 역할은 아직도 물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