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높이는 요인들은 복합적
원재료, 부품 부족에 부유한 구매자들 많아
기후변화 해결책으로 전기자동차 구매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에게 전기차가 비싸다는 사실이다.
미 상원에서 친환경차 구입 시 세액을 공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됐지만 보다 광범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가격을 높이는 요인들은 복합적이다. 우선 리튬과 같은 원자재와 반도체, 배터리 등 부품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재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오르자 전기차의 평균 표시가격도 6만6000달러(약 8614만 원)로 14% 올랐다. 모든 신차의 평균 가격보다 2만 달러 높은 수준이다.
또 전기차 수요가 강한 부유한 구매자들의 존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낮출 동기를 없애고 있다. 포드의 머스탱 마하E 같은 모델은 수요가 높아 사실상 매진으로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 테슬라는 웹사이트에 ‘1월부터 4월 사이엔 6만6000달러의 가격으로 모델Y 납품을 기대할 수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중고 전기차도 드문 상황이다. 머스탱 마하E와 모델Y의 경우 중고차가 신차보다 수천 달러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
현재 전기차 가격을 높이는 병목현상이 해소되려면 몇 년은 걸릴 수 있다고 NYT는 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업체, 공급업체들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충전 회사들도 충분히 많은 충전소 건설에 나서야 한다.
미 상원이 전날 새벽 가결 처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구입할 때 중·저소득자에게 중고 전기차는 4000달러, 신차는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도 이번 주 내로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혜택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고차에 대한 세액공제는 2만5000달러(약 3264만 원) 이하에 판매되는 차에만 적용된다. 중고차 전문 리서치 회사인 리커런트의 스콧 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기준에 맞는 차는 중고 전기차의 2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신차 세액공제도 기준이 까다롭다. 중국에서 배터리 원재료와 부품을 공급받아 만들어지는 차량은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세액공제 절반은 배터리 원재료 생산지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인지가 나뉘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 가공돼야 혜택 대상이 된다. 비율도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높아진다. 세액공제의 나머지 절반은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도 2027년 80%, 2028년 100%로 기준이 높아진다.
칼라 베일로 미시간주 앤아버 소재 자동차연구센터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재료와 부품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기준을 충족시킬 전기차는 거의 없다”며 “테슬라가 겨우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업체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생산을 시작한 업체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의 병목현상은 자연스럽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처음에 고가로 시작해 점차 저렴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과 연관된 친환경차의 경우 기후변화의 중요한 대응책 중 하나여서 ‘긴급성’이란 특성을 가진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약 27%를 교통수단이 차지한다.
연구들에 따르면 전기차는 전기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하더라도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훨씬 적은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미 에너지부(DOE)는 더 저렴한 배터리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장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DOE는 지난 5월 더 오래 지속되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기업과 연구원들에게 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