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회사 일방적인 주장일 뿐…기술 탈취한 사실 없다"며 반박
#쓰리텍은 부산 녹산산단에서 건조기 및 전열교환기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 2020년 7월 창업주의 산업용 건조기 기업인 ‘아이씨이’를 흡수합병했다. 아이씨이는 1999년부터 열에너지를 복사파로 변환해 건조하는 방식인 ‘HSWG(Heat Spreader Wave Guide)’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에 대해 아이씨이는 26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쓰리텍은 사업재편 후 국내 유일 복사파 건조기 기술을 2018년 실현화시켰다. 현재는 HSWG 건조기를 생산하며 차량·선박·중장비 기업 등에 이를 납품하고 있다.
쓰리텍의 기술 탈취 사건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쓰리텍은 원천기술이었던 복사파 건조기 기술을 탈취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산업용 기계 소음 저감장비 제조기업인 N사가 같은 건조기 판매하고 있다는 소식을 쓰리텍의 거래처에 전해 들었다. 조소앙 쓰리텍 대표는 "N사가 판매하는 제품 안내서를 확보했고, 자사의 제품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안내서 안에서 쓰리텍의 동료이자 전무이사였던 A씨의 이름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A씨는 2016년 6월 아이이씨에서 전무의 직책으로 입사해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고 조 대표와 함께 일을 했다. 이후 A씨는 쓰리텍에서 영업, 생산, 납품, 재무, 연구활동 등 회사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던 등기이사로 근무했다. 쓰리텍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4월 말에 퇴직했다. 이후 2020년 9월 N사에 이사로 이직 했다. N사는 산업용 건조기와 관련 없는 소음기를 만드는 제조 중소기업이다. N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해 4월 ‘원적외선 복사파 발생장치 제작 및 판매업’을 새로이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이후 쓰리텍과 동일한 건조설비를 납품하고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조소앙 쓰리텍 대표는 “쓰리텍은 수십 년 간 건조설비에 대한 경험으로 복사파 기술을 현실화시켰다”며 “건조설비 경험과 기술이 전혀 없는 전혀 다른 업종의 업체가 단기간에 복사파 건조장치 공장을 설립해 생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쓰리텍의 기술 탈취는 계획적으로 진행됐다. A씨는 쓰리텍 사내의 생산팀 직원 2명과 공조했다. A씨가 먼저 퇴사한 후 생산팀 직원 2명은 쓰리텍의 영업, 생산, 납품 등의 자료를 A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생산팀 직원 2명은 2달 간격으로 차례대로 쓰리텍에서 퇴사했다. 10명도 채 안 되는 직원 중 공장을 운영하는 핵심 직원 4명 중 3명이 퇴직한 것이다. A씨는 퇴사 후 26건의 쓰리텍의 특허를 피해 복사파 관련 기술을 특허를 출원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특허 출원을 했다. A씨와 생산팀 직원 2명은 N사로 입사해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 조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핵심 직원들의 줄 퇴사와 기술 탈취까지 겹악재를 겪은 쓰리텍은 창업주의 기업인 아이씨이를 흡수합병하고 사업재편을 진행했다. 직원들을 다시 충원하고 기존에 남아있던 직원과 함께 다시 회사를 일으키려고 했다. N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N사의 영업활동으로 쓰리텍은 타격을 입었다. 기존 거래처는 빼앗길 위기에 처했으며 정부지원사업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2021년 클린팩토리 기술개발 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에 쓰리텍과 N사는 모두 사업에 지원을 했다. 원천기술을 가진 쓰리텍 대신 N사가 최종 선정됐다. 기존 납품, 연구실적이 없는 N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후 쓰리텍은 7월 18일 KEIT를 통해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지정 신청사업에 대한 공고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기존 사업을 완료한 중소기업만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쓰리텍은 KEIT에 부정행위신고를 했으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KEIT 관계자는 N사가 사업 선정된 것에 대해 “평가위원회 판단 시 건조기 개발을 위한 요소기술의 확보와 연구성과 활용방안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소송과 정부지원사업의 탈락으로 쓰리텍은 다시 경영 위기에 처했다. 통상 제조 중소기업은 민간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정부지원사업으로 사업을 연명하고 있는 처지다. 조소앙 대표는 “N사가 연구개발사업을 빌미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건조설비 납품을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며 “쓰리텍과 N사 두 곳만 있는 현 동종 분야 시장에서 사실상 N사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N사는 기술 탈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N사는 법무법인을 통한 답변서에서 “N사의 이사 A씨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은 쓰리텍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A씨가 쓰리텍의 특허기술 내지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탈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쓰리텍 복사파 관련 물질과 N사의 전환물질 및 부착물 그리고 배합비율은 아예 다르다”며 “2016년부터 원적외선 공부를 했고 이를 이론화해 N사에서 현실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특허도 냈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은 쓰리텍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