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범죄도시2’가 지난 6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침울했던 극장가가 활력을 되찾았다. 이후 ‘탑건: 매버릭’.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 활력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흥행과 함께 도서 시장에도 영화 관련 서적들이 잇따라 출간되며 주목을 끌고 있다. 5일 출간돼 3주 연속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집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둘러싸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 분)과 사망자 아내 서래(탕웨이 분)의 은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각본집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정서경 작가와 박 감독이 함께 집필했다. 영화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이미지가 아닌 활자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서래의 중국어 대사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대사의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다.
각본집 출간을 맡은 을유문화사는 “‘헤어질 결심’은 각본과 최종 결과물의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각별한 작품”이라며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장면들 역시 ‘헤어질 결심’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이 책의 독자들은 자신만의 관객판 편집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출간된 배창호 감독의 40년 영화 인생을 담은 대담집 ‘배창호의 영화의 길’이다. 배 감독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 이후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영화를 통해 80년대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 인물이다.
배 감독의 이번 책은 안재석 감독과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대담집이다. 책에는 배 감독 유년시절과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는 그의 폭넓은 영화 체험과 한국영화의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
책의 편집을 맡은 도서출판 작가 설재원 에디터는 “이 책은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역사를 조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특정 감독의 특정 영화에 대한 회고담이 아니라 195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계 전반에 걸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설 에디터는 “특히 배 감독님은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제 집행위원장, 대학교수 등 영화 현장과 이론, 행정 등의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다채로운 영화 경험이 많다. 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워 영화팬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은 주성철 영화평론가의 책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이다. 지난달 27일 출간된 이 책은 ‘키노’, ‘씨네21’ 등의 영화 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며 쌓은 주 평론가의 영화 철학이 담긴 평론집이다.
통상적인 영화 평론집은 몇 가지 주제로 영화를 묶어서 단순 설명하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 책은 목차를 ‘감독관’, ‘배우관’, ‘장르관’, ‘단편관’ 등으로 구성해 마치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 논평이 실린 최초의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완성도와 시의성을 모두 갖췄다.
책 출간을 담당한 허유진 한겨레출판 편집자는 “이 책은 영화 기자로 오래 일하며 사랑을 받아온 주 평론가님의 첫 번째 평론집”이라며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 등 영화의 외적인 부분들도 담겨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 평론가는 오는 20일 아트나인에서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북토크와 영화 ‘헤어질 결심’ GV(관객과의 대화)를 동시에 개최한다. GV에는 ‘헤어질 결심’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