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학자 매리언 네슬은 최근 출간한 책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말하지 않는 것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드 시스템이란 제조부터 섭취의 과정에서 한 식품에 발생하는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정치와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다.
우선 저자는 모든 사람이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가의 과일과 양질의 채소는 주로 부유층에서 소비된다. 빈곤 계층일수록 비만 문제가 심각한데, 그 이유는 그들의 식탁에 주로 라면과 햄버거와 같은 정크 푸드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바로 음식과 계층의 문제다.
음식과 계층의 문제는 대체육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대체육은 소위 ‘차세대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을 잔혹한 방식으로 사육하지 않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육류 회사가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네슬은 경제와 정치 논리에 의해 건강과 윤리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런 제품들의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한, 선택은 결국 계층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아보카도, 블루베리 등의 슈퍼푸드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슈퍼푸드라는 말에는 영양학적 의미가 없다. 슈퍼푸드에 항산화 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홍보하는 문구가 일종의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슈퍼푸드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음식들이 다른 음식들보다 특별히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네슬은 “모든 식물성 식품에는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 정의에 따르면 모든 식품이 슈퍼푸드”라며 “슈퍼푸드는 마케팅의 산물이지 과학이 아니다”고 말한다.
대체육과 슈퍼푸드 등은 ‘식품 자본주의’라는 용어로 개념화할 수 있다. 네슬은 “저소득층 국가의 사람들이 가난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게 너무 당연하다. 미국과 유럽을 부러워하며 유명한 식품 회사들을 번영의 상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며 “식품 회사는 이런 시각을 더 부추기기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종종 현지의 푸드 시스템을 망치기까지 한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현재 푸드 시스템은 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한다. 네슬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문화적으로도 적절한 음식을 수입과 계층, 인종과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올바른 푸드 시스템을 위한 운동은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