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지역 중 하나이다. 2005년 CJ그룹의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곳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였고, 2018년에는 미국에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식품 등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영토 확장의 무한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주문 이후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이 미국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등 악재가 있었음에도 3개 분기 연속 매출 9000억 원 돌파에 성공했다.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비비고 만두로 대표되는 전략 제품들의 선전이 맞물린 데 따른 결과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분기 매출 1조 원을 이른 시일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대체식품 사업을 강화해 미국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운다는 전략이다.
2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2분기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의 미국 매출은 9171억 원으로 전년 동기(7576억 원)보다 21% 성장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은 작년 4분기 9500억 원을 기록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매출 9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매출 9000억 원대를 달성했다.
CJ제일제당이 미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인지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이 회장의 판단 아래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2019년에 이뤄진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 슈완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슈완스 인수에 CJ제일제당은 2조 원을 투자했다.
분기 매출 9000억 원 돌파에는 만두 사업의 공이 크다.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그로서리 만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성장했다. 올해 1, 2분기에는 각각 71%, 67%의 성장률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비비고 만두는 야채가 많이 함유돼 현지인에게 건강식으로 인지되고 있다.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CJ제일제당의 미국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은 40%를 넘는다.
슈완스 피자도 매출 상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주력 제품의 인기로 미국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피자 시장에서 슈완스 점유율은 현재 22.6%다. 2019년(20.8%)과 비교해 1.8%포인트 증가했다. 선두 업체인 네슬레와의 격차는 2019년 20.2%포인트에서 올해 15.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이른 시일에 분기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하반기 미국 시장 전망에 대해 “만두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의 그로서리 입점률 상승과 아시안 메뉴 확대에 따른 B2B(기업 간 거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업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슈완스와 미국식품사업 법인인 CJ 푸드 USA를 통합했다. CJ제일제당은 통합을 통해 K푸드 성장 기반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비건 식품으로 대표되는 신사업도 강화한다. 최근 친환경 이슈로 채식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규모(조리육ㆍ레디밀 기준)는 2016년 4조5000억 원에서 2020년 7조4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이 시장에서 미국과 영국, 독일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49%)이나 된다.
미국 이외 유럽 지역에도 공을 들인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유럽에서 식품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 원으로 끌어올려 K푸드 불모지인 유럽에서도 '비비고 신화'를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작년 5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인 영국 법인을 설립했다. 올 하반기에는 한식 치킨, 가공밥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의 유통채널 입점을 추진한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중장기 성장전략회의에서 필요할 경우 유럽 현지 식품업체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