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가는 한국 일정이 아쉬웠을까. '불릿 트레인'으로 8년 만에 내한한 브래드 피트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던 중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자리를 가득 메운 취재진을 촬영하고, 이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었다. 이날 참석한 배우 애런 테일러 존슨도 함께 추억을 남겼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한국 음식 때문에 돌아왔다”는 가벼운 농담을 던진 브래드 피트는 ‘머니볼’(2011), ‘월드워Z’(2013), ‘퓨리’(2014)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이번이 네 번째 내한이다. 그는 “한국 같은 좋은 나라에 오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버리는 경향이 있다.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한 장 남겼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브래드 피트의 신작 ‘불릿 트레인’은 탈출이 불가능한 일본 신칸센에 탑승한 불운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가 의문의 서류 가방을 확보하라는 미션을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 세계에서 모인 소시오패스 킬러들(조이 킹, 애런 테일러 존슨,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배드 버니)이 신칸센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경합을 벌이며 최종 승자를 가리는 코믹 기반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유럽, 북미, 남미 출신 킬러들의 과격하고 자유분방함이 묻어나는 B급 속사포 대사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한편, 초고속 질주하는 신칸센의 좁고 긴 공간에서 선보이는 잔인하고 다채로운 액션도 주된 재미 요소다.
‘데드풀’ 시리즈, ‘아토믹 블론드’,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 할리우드 대표 액션 영화를 연출하면서 정체성을 확실히 한 데이빗 리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결과다.
브래드 피트는 이날 데이빗 리치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을 전했다.
“데이빗 리치 감독은 ‘파이트 클럽’, ‘트로이’,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에서 제 스턴트 더블이었어요. 스턴트 더블은 사실상 배우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 후에 자기만의 언어를 지닌 감독으로 성장했죠. 각광받는 감독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제는 영화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됐는데, 과거에는 제가 상사였다면 지금은 그가 제 상사가 된 거죠.”
감독과 자신이 공통적으로 성룡과 찰리 채플린을 존경한다면서 “그들을 벤치마킹해 우리의 존경과 동경을 표현했다”고도 전했다.
매점 칸에서 일본인 기차 승무원을 사이에 두고 텐저린(애런 테일러 존슨)과 벌이는 액션신, 정숙 칸에서 레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과 벌이는 액션 신을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손꼽기도 했다.
텐저린 역의 에런 테일러 존슨은 “쌍둥이인 레몬과 최고의 파트너다. 서로 균형을 잡아준다. 유머러스하고, 예측할 수 없고, 강력하고, 능력 있는 킬러들로서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소시오패스들이지만 서로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흥미롭다”고 맡은 배역을 소개했다.
또 “스턴트 계의 전설 같은 데이빗 리치 감독과 좋은 경험을 했고, (배우 계의) 전설이자 아이돌이자 멘토인 브래드 피트의 액션 파트너를 맡게 돼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불릿 트레인’에는 마이클 섀넌, 산드라 블록 등이 미션에 얽힌 주요 인물로 깜짝 출연하는 한편, 일본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와 일본계 앤드류 코지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일본 야쿠자 부자 관계로 함께 출연해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한다.
작품 군데군데 일본인들의 가족 중심적이고 운명론적인 가치관이 오묘하게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한편 의상, 조연 등장인물,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작품 전반에서 예상보다 일본 색이 짙게 묻어나는 감도 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운명’이다. 나는 운명의 인형인가 아니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인가…이 테마 안에서 모든 코미디와 액션이 만들어졌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불릿 트레인’은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