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개인투자자)들이 올해도 초라한 주식 투자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21일 이투데이가 국내 증시의 개별 기업과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해외 주식 등 3개 영역에서 올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을 추산한 결과, 각 20개 종목에서 1개 종목이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전·카카오의 배신=개미는 올해도 삼성전자 사랑을 이어갔다. 8개월이 넘는 동안 개인이 사들인 삼성전자 순매수액만 무려 15조5617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을 단순 비교하면 -22.22%로 저조했다. 전체 순매수 금액을 순매수한 주식 수량으로 나눈 추정평균가인 6만7606원을 기준으로 해도 -9.92%의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낸 건 두산에너빌리티로, 연초 대비 3.68% 오르며 선방했다. 개미는 두산에너빌리티를 5939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카카오 3형제(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개미의 평균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가 위축된 상황에서 좀처럼 반등 재료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1조6738억 원으로 순매수 3위에 오른 카카오는 올해 들어 낙폭을 키우며 -31.82% 하락했다. 카카오뱅크(9365억 원)와 카카오페이(3479억 원)도 각각 -51.44%, -60.57% 내리며 주가가 반 토막 났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 국민은행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여파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레버리지·원유·천연가스 ‘쓴맛’=ETF·ETN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20개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7.86%로 추정됐다. ‘KODEX S&P500TR ETF’(0.20%)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레버리지 ETF’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로, 각각 9954억 원, 5180억 원 사들였다.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해당 ETF들은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32.82%, -43.9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에 매수세가 몰렸지만,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개인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천연가스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거꾸로 2배 추적하는 ‘신한 인버스2X 천연가스 선물 ETN’을 올해 710억 원어치 담았지만, 이 기간 가격은 -95.44%나 떨어졌다. 이밖에 ‘신한 인버스2X WTI원유 선물 ETN(H)’(610억 원), ‘삼성 인버스2X WTI원유 선물 ETN’(1419억 원)도 각각 -64.29%, -61.97% 내렸다.
◇테슬라 앞지른 TQQQ도 반 토막=올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개별 종목 대신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 매수했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나스닥100지수 상승률의 3배 수익이 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로, 19억6297만 달러(약 2조6223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2위인 테슬라(19억1826만 달러)를 앞질렀다. 그러나 이 기간 수익률은 -58.69%다. 최근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가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TQQQ와 반대로 나스닥지수가 하락할 때 손실이 나도록 설계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에는 3억263만 달러(약 4043억 원)의 매수세가 몰렸다. 수익률도 27.74%로 짭짤하다.
이밖에 순매수 3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12억8727만 달러), 13위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1억9936만 달러)도 연초 이후 각각 -73.41%, -40.33% 내렸다.
ETF를 제외한 개별 기업들의 주가도 연초 대비 부진하다. 테슬라(-25.82%)뿐만 아니라 엔비디아(8억1629만 달러·-40.74%), 아이온큐(2억4727만 달러·-40.74%), 리비안(1억5283만 달러·66.46%) 등도 주가가 거의 반 토막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