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평균 330억 달러에 한참 뒤처져
이대로면 1995년 집계 이래 최악 위기
“스타트업 자금 조달 더 힘들어져”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부터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수백 개의 기업이 상장 마지막 단계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끝 모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온갖 문제가 벌어지면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리서치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총 51억 달러(약 6조8376억 원)에 머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저점을 기록한 후 최악의 성적이다. 이대로라면 올해가 199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해일 수 있다고 딜로직은 경고했다. 집계 이후 27년간 연평균 조달액은 330억 달러였다. 지난해만 보면 같은 기간 1000억 달러 넘는 돈이 몰렸다.
올해 IPO 최대어 중 하나였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뱅크의 경우 경기둔화 속에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고 자금 역시 사금융시장에서 조달했다. 그것도 기업 평가액이 종전보다 85% 삭감된 67억 달러로 떨어지면서 8억 달러를 겨우 모금했다.
온라인 마켓 플랫폼 스톡X는 이르면 지난해 하반기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IPO 서류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스톡X 역시 6월 직원 8%를 해고하면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그간 IPO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올가을이나 겨울 상장을 결정한 기업들의 가치가 과거 평가받았던 것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스의 데이 피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증시가 7월 반등했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며 “IPO를 위한 시장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금 조달이 급한 스타트업들은 조달 창구가 막히면서 더 위험에 빠진 상태다. 현재까지 올해 IPO를 공식 결정한 스타트업 중 주목할 만한 곳은 모빌아이와 코어브릿지파이낸셜 정도밖에 없다. 그나마 이들은 각각 인텔과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이라는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딜로이트의 배럿 대니얼스 IPO 부문 공동대표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 특히 설립자가 주도하는 기업은 현재 낮아진 가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들이 IPO를 뒤로 한 채 돌아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IPO는 이들에게 정말 삼키기 힘든 알약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