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후 30년 동안 중국은 한국의 핵심 교역국으로 떠올랐다. 대(對)중국 수출은 160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의 1위 수출국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629억1300만달러(약 218조7천억원)로 한중 수교 직전 해인 1991년의 10억300만달러 대비 162.4배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718억8000만달러에서 6천444억달러로 9.0배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다.
이런 중국 수출 전선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최초로 중국과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주요 품목 대부분에서 수지가 악화했고, 적자 품목 수도 늘었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입공급망이 편중돼 중국의 결정에 따라 크게 흔들리기 쉬운 구조다. 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 리튬은 중국 의존도가 83.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흔들리는 대중 무역수지를 다잡기 위해 차세대 수출 산업 등 중국과 기술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무역수지가 나빠진 건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고,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019년 이후부터 한국의 중간재, 소비재 시장이 중국 시장에서 잠식됐다. 중국이 자생력이 강해지다 보니깐 대중 무역 흑자가 반 토막이 났다"며 "이미 예견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중국의 많은 중간재 회사가 한국이 그동안 누려왔던 중간재들을 대체하고 있다"며 "그래서 많은 기업이 중국산 부품과 소재, 장비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지난 30년과 같은 대중 관계가 만들어지긴 이미 어려워졌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된다. 정부가 해줄 방법은 사실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자체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차세대 기술에서 중국과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산업 정책의 변화로 구조가 바뀌는 걸 우리도 모니터링하면서 변화에 맞게 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중국에서만 허용되는 외부 기술이 줄어들고 있기에 그런 기술을 기업이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기업들은 중국 관련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디지털 등 여러 부가 기능을 잘 만들어서 혁신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기술 격차를 벌리는 거 외에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이 마음껏 혁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인센티브나 장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