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희망의 인문학’이 올해 303명의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쓴 수료생들은 수료식을 맞아 설레고 기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꽃다발을 건네받고 교육 과정을 마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25일 서울시는 노숙인과 저소득 시민이 약 4개월간의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완주한 것을 기념하는 수료식을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모범생’으로 꼽힌 공태선 씨는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등한시하는 노숙인들에게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특히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 강의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우리 사회 약자들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기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립 의지를 북돋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인 2008년 시작한 프로그램은 2012년까지 5년간 4000여 명이 수료한 바 있다.
희망의 인문학은 지난 5월 10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우선 시설에서 철학ㆍ글쓰기 등 기본과정을 이수한 후, 서울시립대학에서 심화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심화과정 수강생들은 즉흥연극을 통해 스스로 연기를 하며 삶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올해는 384명이 참여해 이 중 303명(기본 219명, 심화 84명)이 교육 과정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료율은 79%에 달한다.
이날 수료식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희망의 인문학은 (인생에서) 밥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지만, 책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서울시는 한마디로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고 고달픈 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희망의 인문학 코스를 살찌워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시는 이번 모든 수료자에게 내년도 노숙인 공공일자리 참여 사업에 우선 채용 자격을 부여하는 등 자립을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