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상권·교통 활성화” vs 학생·시민단체 “보행자·거리문화 우선”
서울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존폐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대문구청이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일부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은 거리 내 예술 공간이 사라지고 보행자가 위협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27일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신촌 연세로 차량 통행 전면 허용’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서대문구청장 인수위원회에서는 여러 협의 과정을 거쳐 올해 연말 연세로를 전면 개방한다는 내용이 제안됐다. 이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공약 중 하나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현재 주민, 학생, 상인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8월 말까지 설문조사가 완료되면 서울시와 경찰청과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신촌 연세로는 서울 시내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됐다. 이른바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세로 550m와 신촌 명물 거리 450m 구간에서는 일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평일에는 버스 같은 대중교통만 통행할 수 있고, 금요일 오후 2시부터 주말까지는 모든 차량이 통제됐었다.
주말 연세로는 시민들이 도로를 자유롭게 거닐고, 거리공연 등이 잇따라 열렸다. 물총축제·플리마켓 등 대규모 축제가 열려 인근 대학인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차 없는 거리에 대해 인근 상인들의 불만은 지속해서 불거져왔다. 신촌역 입구에서부터 연세대 앞까지 이어지는 거리에 일반 차량 통행이 아예 금지되다 보니 유동인구가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신촌역 주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우리 가게도 큰 대로변이랑 이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주차공간도 있어서 매출이 당연히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촌 인근에 주차를 하던 최희수(33) 씨는 “아는 친구 가게가 있어서 주변에 자주 온다”며 “여기 오려면 우회도로를 뺑뻉 돌아서 와서 불편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차없는 거리 해제가 매출 증대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로 대로변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우리는 학생들 상대로 하는 장사”라며 “오히려 차 뒤섞이고 그러면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어”라고 말했다.
인근 대학가인 연세대·이화여대 학생을 비롯해 환경 단체들은 차 없는 거리는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세대에 다니는 김 준(25) 학생은 “지금 버스만 다니고 있는데도 도로 자체가 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빨간 불에도 사람이 막 건너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5일 환경단체 서울환경연합은 연세로 곳곳에서 서대문구청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열었다. 단체는 보행자 안전 위협, 교통체증 유발 등과 함께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현 시대와도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상권이 침체 됐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2016년에 차량 통행이 줄면서 상권 매출이 늘었다고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통행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시기에 차량 이용을 부추기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폐지 여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이후 서대문구에서는 시와 경찰청과의 협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