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갈등 ‘일파만파’…집값 급락에 민심·정치권 ‘두 쪽’

입력 2022-08-28 17:00수정 2022-08-28 17:5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집값 급락하자 여론 "공약 사기"
잠룡 원희룡 vs 김동연 '난타전'
전문가 "단기추진 불가능" 지적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점화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정비사업 후퇴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속한 경기도민 여론은 정부의 해명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건축연합회’는 30일까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공약 이행 정상화 촉구’ 청원 접수를 위한 동의서 접수를 진행한다. 관련 서류 접수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이미 정원(1500명)에 근접한 인원이 몰려 또 다른 채팅방을 열고 인원을 모집 중이다.

이들은 3월 분당과 일산신도시 일대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촉구대회 때 받은 5000명의 재건축 동의서와 함께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채팅방 일부 참여자는 “정부가 주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는 등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지연 논란 이후 실제로 경기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도 급락해 주민 원성은 더욱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률은 0.18%로, 2013년 1월 14일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이들은 정부 8‧16 부동산 대책 중 ‘2024년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주요 청원은 △연말까지 준공 30년차 아파트 안전진단 폐지 등 특별법 제정 △내년 상반기 내 1기 신도시 마스터 플랜 수립 △내년 상반기 내 정비구역 지정 등이다.

1기 신도시 주민을 중심으로 불만이 극에 달하자 당정은 물론, 야당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만나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을) 빨리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공개석상에서 언론에 보란 듯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것을 지시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원 장관은 23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1기 신도시별 정비사업 기획자를 지정해 명품 신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다음 달 8일 1기 신도시 소재 5개(경기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 지자체장과 간담회를 열고 사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찾아 지하실의 배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논란이 커지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당정 비판에 나섰다. 김 지사는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 5단지(삼호풍림5단지)를 찾아 아파트 상태를 점검하고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이 단지는 올해 준공 31년 차를 맞은 대표적인 노후 단지다. 이 자리에는 김 지사와 함께 같은 당 소속인 이동환 고양시장, 지역구 소속 의원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김 지사는 “이런(아파트 노후화) 문제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경기도와 지자체가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이른 시간에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에는 성남시 분당 샛별마을 삼부아파트를 찾아 빠른 재건축 사업 추진을 약속하는 등 연이은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발 빠른 대응과 달리 실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5개 신도시 주택공급을 한꺼번에 늘리는 대형 사업인 만큼 관련 인프라 구축과 개발 순서, 용적률 적용 등 정비계획 수립은 단기간 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해당 지역 집값 급등과 대규모 이주, 1기 신도시보다 더 낡은 서울 내 재건축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