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간 이뤄진 사측 '노조탈퇴 종용·부당해고·징계'는 단일 목적으로 이뤄진 것 아냐"
법원이 KEC의 전국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이하 금속노조 KEC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위자료로 총 304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노조원은 100여 명으로 일인 당 30만 원을 받는 셈이다.
KEC가 3년간 노조원의 월급을 압류해 받은 파업 손해배상액 30억 원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기업은 파업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손배소를 제기하지만 사 측의 부당노동행위·불법행위로부터 노조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금속노조 KEC지회와 소속 조합원이 KEC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1심에서 폭넓게 불법행위로 인정한 부분이 인정되지 않아 전체 위자료 금액은 3000여만 원으로 줄었다.
1심은 KEC가 △'직장폐쇄 대응방안'·'인력구조 조정 로드맵' 등의 문건을 작성해 금속노조 KEC지회 탈퇴를 강요 △2010~11년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부당해고 △금속노조 KEC지회 소속 조합원에 인사고과 C등급 부여 당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노조원이 모두 위자료 지급 대상이라고 봤다. 회사의 행위로 노조의 조직 활동 및 운영이 저해되는 무형의 손해가 발생했고, 노조원에게는 자신의 근로조건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정신적 고통이 생겼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심은 사측의 각 행위에 직접 영향을 받은 노조원만 위자료 지급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KEC의 부당노동행위 당시 직접 강요를 받거나,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인사고과 C등급을 받지 않고 노동조합에만 속해있던 이들은 위자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도 KEC가 성과급과 유사한 '무파업 타결금'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KEC는 2015년 6월 어용노조와 '노사화합을 통한 신교섭문화 구축 협정서'를 체결하고 일인 당 106만 원의 '무파업 타결금'을 지급했다. 서울고법은 2017년 4월 해당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2심은 이에 따라 금속노조 KEC지회 노조원 역시 무파업 타결금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2심도 KEC의 부당노동행위들이 연속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문건을 작성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파업 참여 노조원을 부당해고한 것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만, 인사고과 C등급을 부여한 것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 측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 연속성이 인정돼야 사 측이 반복적으로 불법행위를 했다는 법적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2심 판단에 아쉬움을 표했다.
KEC는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반도체 전문회사다. 2010년 파업 발생 이후 장기간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져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라고 불리기도 했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0년 3월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다 파행된 이후 같은 해 6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KEC는 2010년 6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KEC는 사내문건을 만들어 집행부 퇴진·친기업 노조 설립·노조탈퇴 강요·부당해고를 했다.
이후에도 인사고과 C등급을 받는 금속노조 KEC지회 소속 조합원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산재를 입은 노조원에게 회사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견책 징계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2017년 대법원은 KEC의 해당 행위들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최종 확정판결을 내렸다.
2011년 3월 KEC는 노조에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6년 9월 노조가 2019년 9월까지 30억 원을 변제한다는 내용으로 법원에서 조정이 성립했다.
금속노조 KEC지회와 소속 조합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후인 2017년 10월 회사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