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건축 고액 분담금 부담
사업시행인가 승인 표결 '좌초'
서울 내 재건축 단지 곳곳이 사업 난항을 겪고 있다. 집값 하락이 가속하고, 건설 원자재와 인건비 급증으로 공사비가 치솟자 분담금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서울 용산구 한 단지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위한 표결 과정에서 좌초하는 사례도 나왔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A아파트는 27일 재건축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 개최를 열었지만, 최종 부결됐다. 부결 원인은 가구당 평균 6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 때문이다. 앞선 추정 분담금 계산에서 전용면적 84㎡형을 보유한 가구가 똑같은 평형의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추가 분담금을 6억 원가량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분담금은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사실상 ‘1대1 재건축’ 수준이고, 다른 단지와 달리 12층 규모 중층이라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라며 “물가가 많이 올라 공사비도 치솟았고, 해당 공사비용은 용산구 검증까지 통과했지만, 일부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인건비와 자잿값 상승으로 분담금 압박에 휘청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근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400억 원 규모 공사비 증액 통보에 상가를 매각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당 상가는 약 1710억 원에 낙찰됐다. 상가 전체를 일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공사비 증액분을 메꿔 분담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갈등 원인 역시 최초 발화점은 공사비 증액이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 완화 시행이 늦어지면서 재건축 부담금이 늘어난 것도 재건축 사업 발목을 잡고 있다. 부담금은 재초환에 따른 일종의 세금으로,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과·징수하는 일정 비율의 금액을 뜻한다. 현행 기준으로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주변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하고 평균 3000만 원을 넘으면 해당 초과 금액에 따라 최대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이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가구당 7억7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수원과 대구의 재건축 단지도 각각 2억9000만 원과 1억6000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다음 달 세부 감면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해야 하므로 야당 합의 후 실제 법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모될 전망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라면 분담금 추가나 재초환 부담에도 조합원들이 버티면서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지금 상황은 지난해와 180도 달라졌다”며 “서울 아파트값 내림세가 이어지면 재건축 사업 규모가 작은 곳부터 중단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