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넘게 문명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온 브라질 원주민이 아마존 밀림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브라질 국립원주민보호재단은 29일(현지시간) 북서부 론도니아주의 오지 타나루에 사는 원주민 남성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나이는 60대로 추정된다.
‘구덩이 사나이(Man of the Hole)’로 불려온 이 남성은 약 25년 전 습격을 당한 부족의 유일한 생존자로,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 채 혼자 살아 오다 지난 23일 자신의 거처였던 오두막 해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원주민 인권보호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폭력 등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자연사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자세한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그의 시신을 연방 경찰로 보내 법의학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구덩이 사나이’는 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서부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타나루 원주민 땅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의 부족은 1990년대까지 6명 가량이 집단으로 모여 살았지만, 벌목업체들로부터 습격을 당해 모두 살해되고 홀로 살아남았다.
이후 그는 사냥이나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구덩이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수십 년 동안 그는 자신과 접촉하려는 외부의 모든 시도를 거부했고, 심지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화살을 쏘면서까지 저항했다. 이에 당국은 멀리서 그를 계속 감시하고 이따금 보급품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이마저도 철저히 거부하고 자급자족해왔다. 그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외부 세계에 노출된 건 2018년 도끼를 휘두르며 나무를 베는 모습이었다.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1970년대 이후 주로 가축 목장주와 토지 약탈자들의 공격으로 나머지 부족이 전멸했다고 전했다. 이 기관의 피오나 왓슨은 “외부인은 이 사람의 이름이나 그의 부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토지와 부에 굶주린 목장주들이 의도적으로 전 주민을 말살했다”고 했다.
브라질 국립원주민보호재단은 “이 남성이 지역 사회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자발적 고립 상태에서 살았다”고 했다.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은 “ 버려진 그의 캠핑장이 그의 생활방식에 대한 단서를 남겼다”며 “그는 옥수수와 파파야 같은 농작물을 심고 짚으로 오두막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8000헥타르 규모의 타나루 원주민 지역은 벌목꾼과 광부의 침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토지보호명령에 의해 보호되는 브라질 7개 지역 중 하나다. 아마존에는 ‘구덩이 사나이’처럼 자발적으로 고립돼 살고 있는 원주민이 가장 많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