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소신청 등 후속 조치 적극적으로"
분쟁 10년 만에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8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이 나왔다. 정부는 취소 신청을 검토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판정문 가운데 소수 의견이 40장에 이르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보다 감액되긴 했지만 이번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취소신청 등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께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1650만 달러(한화 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론스타가 청구한 46억8000만 달러(약 6조 1000억 원) 중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당시 한국 정부가 승인 심사를 지연해 매각 가격이 인하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행위가 공정ㆍ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금융당국 심사가 지연됐다고 판단해 배상금액을 인하된 매각가격인 4억3300만 달러 절반으로 책정했다.
중재재판부는 나머지 쟁점에서 론스타 측 주장을 기각했다. 한국 정부 승인 지연으로 HSBC(홍콩상하이은행)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무산됐다는 주장에는 2011년 한-벨기에ㆍ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정부 조치와 행위에 담당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이유로 론스타가 부당 과세를 주장한 내용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6조 원 대 청구 금액과 비교하면 약 2800억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정부는 취소ㆍ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 장관은 "정부는 이번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며 "피 같은 세금 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취소신청 절차에서 향후 유의미한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400쪽 영문 판정문 중 소수의견 작성 부분만 40쪽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 소수의견은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봤다. 금융당국 승인 심사 지연은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판결에 기인해 론스타가 자초했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은 "소수의견에 따르면 우리 정부 배상액은 0원"이라며 "소수의견이 한국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만 봐도 이번 판정은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ISDS 판정 기회는 한 번뿐이다. 그러나 △중재판정 이유 누락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초과 행사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사유가 있으면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취소신청을 하면 별도 취소 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판단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400쪽 분량 판정문 중 소수의견이 작성된 부분만 약 40쪽”이라며 “판정 자체에 강력한 소수 의견 작성 부분만 40쪽이다. 조목조목 많은 부분을 지적했고, 판정문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는 부분이 취소 신청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8년부터 사건을 봤는데 관련 과에서는 이겨야 하는 사건이라고 보고 준비했다"며 "론스타 입장 많이 안 받아들여져서 론스타가 취소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취소 신청할 것인지는 전략적인 부분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