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복수 의결권 벤처 세미나 개최
“복수 의결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벤처 기업이 활성화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3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하고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에서 열린 ‘복수 의결권은 벤처 활성화 수단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인가’ 세미나에서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복수 의결권이란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복수 의결권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후에 추진돼야 한다”며 “창업자 또는 지배 주주의 이익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생각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김 교수는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분 희석 우려 없이 투자 유치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논리로 복수 의결권 주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전혀 맞지 않은 논리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복수 의결권 주식이 없어도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6년간 유니콘 기업은 0개에서 32개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그는 “유니콘 수가 가장 많은 미국도 상장 직전까지 가야 비로소 복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한다”며 “상장 이전에 발행하더라도 의결권 수와 이사회 구성 등은 주주 간 사적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내 스캔들에 책임지고 물러난 우버의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애덤 뉴먼 위워크 창업자의 예를 들면서 “복수 의결권 주식으로 인해 무능하고 부도덕한 창업자 교체가 어려워지면 오히려 벤처 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벤처기업과 창업자를 절대 선, 투자자를 절대 악으로 여기고 투자자로부터 창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복수 의결권을 발행하는 것처럼 한다”며 “이는 절대 아니며 아주 부도덕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창업자가 있기도 하다”라고 했다.
송옥렬 서울대학교 교수도 “복수 의결권은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배 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송 교수는 “복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사적 이익 추구가 잘 통제되는 국가에서는 효율적인 지배 주주 시스템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복수 의결권=벤처 활성화’에도 반대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복수 의결권을 가진 회사에 선뜻 투자하겠냐”며 “미국 실리콘벨리 기업의 복수 의결권은 창업자에게만 인정되도록 여러 제약을 두고 있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는 적대적 기업 인수가 없으므로 그 자체에 의미는 크지 않다”며 “(도입을 한다면) 복수 의결권이 이전 또는 상속되지 않도록 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발표를 맡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수 의결권은 복수이기 전에 차별”이라며 “누군가를 우대해준다고 생각해 ‘차등의결권’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벤처캐피털(VC)에 물어본 결과 벤처 회사에 대한 투자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므로 기존 경영진의 안정적 경영권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있었다”면서도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 자체가 모험인데 회사를 콘트롤 할 수 있는 게 적다면 투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었다”고 했다.
황 연구원은 차등의결권이 기업의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면 이를 벤처기업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상법에서 기업지배구조 관련 현행 제도 및 재무 관련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혜섭 변호사는 기존 발표자들과 반대로 복수 의결권 도입에 찬성했다. 다만 전제 조건 역시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심 변호사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마법, 현물출자 과세이연 특례 등을 폐지해야 한다”며 “차명주식 금지 등 처벌을 강화하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복수의결권 효과를 내는 주주총회 제도 등 각종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