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앞세워 우위 점해
다국적 기업 전기차 전환 느린 것도 주원인
중국 204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3분의 1 차지 전망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신에너지차(NEV) 판매의 약 80%를 중국 기업이 점유했다. NEV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를 모두 포함한다. 점유율 1위는 29%의 비야디(BYD)다. 샤오펑모터스, 호존신에너지자동차 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기업은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사보다 더 많은 NEV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경쟁 우위는 가격에 있다. 중국은 아직도 생애 첫 자동차 구입 수요자가 많은 나라다. 그만큼 현지 소비자에게 가격은 핵심 구매 기준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 중 하나인 상하이차-GM-우링의 소형차 훙광미니는 4700달러(약 636만 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SAIC) 합작사지만 GM의 지분율이 50% 미만이어서 중국에선 국내 브랜드로 여겨진다.
글로벌 기업들은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전기차로의 전환이 느린 상황이다. 폭스바겐은 2020년 말 첫 전기차 라인 ID 시리즈를 중국에 출시했는데, 니오와 샤오펑 등은 이보다 3년 빠르게 전기차를 출시했다. GM은 올해 말 캐딜락 전기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는 2024년 말까지도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중국 내 신차 판매의 25% 이상이 NEV였다. 16%가 채 되지 않던 1년 전에 비해 약 9%포인트 늘었다. CPCA도 최근 올해 NEV 판매량 전망을 지난해의 두 배인 6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 틈을 중국 기업들은 파고들고 있다. 예일 장 오토포사이트 전무이사는 “NEV 같은 새로운 경쟁 부문에서는 기존 글로벌 브랜드들이 가진 기술 경쟁력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기존 브랜드들은 구식 디자인에 자율주행 같은 서비스에서도 뒤처지는 등 경쟁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밀린다는 말도 전기차 부문에서는 옛말이다. 니오와 샤오펑은 자율주행 기술이나 아마존의 알렉사 같은 지능형 어시스턴트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스테판 뵐렌스타인 전 폭스바겐 중국 최고경영자(CEO)도 중국의 시장 변화에 주목했다. 뵐렌스타인은 지난달 퇴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의 속도에 대처하지 않고, 현지 시장을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앞으로 5~10년 사이에도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다임러,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놓쳐선 안 되는 시장이라고 블룸버그는 거듭 강조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 NEV 판매량은 2040년에 연간 2230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올 들어 중국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견제가 시작돼 부담을 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품질과 안전을 이유로 테슬라 임원들을 소환했다. 또 미국에 자국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정부 시설에 테슬라 차량 진입을 금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