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담 떠안을 대책 無"…신청 오늘 마감 현장선 온도차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위한 신청기한을 하루 앞두고 목표치였던 30개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기업 참여의 구미를 당길 강력한 당근책을 꺼내지 않는 이상 시범사업 수준 이상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위한 신청기한이 2일 마감됐다. 당초 시범사업 신청 마감일은 지난달 26일이었으나 일주일 가량 연장됐다.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사업을 신청한 기업이 5개에 그쳐 예상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자,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청 기업을 현재 공개하긴 어렵지만 내일까지 신청을 받으면 목표치였던 30곳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대기업의 신청이 늦어지는 배경을 협력업체들과의 협의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대기업, 즉 위탁기업이 시범사업 신청과정에서 자사 하청업체를 명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협의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 2일까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30개 업체다”라고 자신한 바 있다. 특히 “납품대금 연동제 TF 운영 시 이미 5개의 대기업이 참여해 표준 약정서를 같이 만들었다”며 “해당 5개 기업은 아직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신청 기업수에 최소한 5개는 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소기업계에선 대기업들 관심이 시범사업 목표치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사측 계약에 국가가 관여하는 건데,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처럼 같이 갑을 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자율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탁기업이 선정돼야 수탁기업이 정해지는데 대기업 입장에선 왜 미리 들어가서 매를 맞아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앞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위한 기업설명회에선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원자재 가격 비율 등을 조정할 때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고 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 시작 시점에 관련된 모든 거래에 대해 협력업체 의사와 상관없이 연동제를 실시하겠다고 강제할 수 있나”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여기다 연동제라는 것 자체가 그간 중소기업의 지던 부담을 사실상 이제 대기업에 다 떠넘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담을 나눌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불만이 나왔다. 건설 관련 대기업들의 경우 단가인상을 적지 않게 해 이미 데미지(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며 불가항력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대해 대기업만 손해를 입지 않게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설명회에서 관련 제도 정보를 설명하던 정부 관계자는 “연동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대기업들은 철판, 레진 등 일부 원재료를 대상으로 분기 또는 월 단위로 사전에 정한 방식에 따라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여 지급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례에 그치고 있는 만큼 기업과 적용 범위 등에서 확산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사실상 반강제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기업계에선 정부가 목표치를 넘어 시범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유인책은 표창 수여, 정부포상 우대평가, 동반성장지수 평가지표에 ‘납품대금 연동제’ 추가 등이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인센티브를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적극적인 세제혜택과 동반성장 사회공헌 우수사례 혜택 등의 당근책을 더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며 “빨리 참여할수록 유리하고, 다른 기업의 참여 여부를 눈치보지 않고 과감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