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이라고 불리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상륙이 임박하면서 가을 태풍에 대한 경계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안긴 ‘사라(1959년)’와 ‘루사(2002년)’, ‘매미(2003년)’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가을 태풍은 점점 더 잦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힌남노는 발생 초기 대만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며 점차 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지난달 30일 힌남노의 눈을 찍을 당시, 최대 140노트의 돌풍과 함께 115노트(140마일, 220km/h)의 풍속을 지속했다고 보고했다. 태풍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남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지점에 있다가 9월 2일 저녁 풍속은 80노트(90마일, 시속 150km)로 느려졌고, 돌풍은 100노트로 떨어졌다. 태풍은 약 50km(30마일)만 움직였다.
그러다가 힌남노는 풍속이 시속 260km에 달하면서 올해 지구에서 처음으로 ‘카테고리 5’의 폭풍으로 발달했다. 힌남노는 9월 6일 한국이나 일본 남부로 향할 것으로 예보됐다.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몇 도 높아지면서 향후 폭풍을 지속하고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서태평양의 태풍 시즌은 1년 내내 지속되지만 대부분의 태풍은 일반적으로 5월에서 10월 사이에 형성된다. 2022년 현재까지 분지에서 13개의 열대성 폭풍 또는 저기압이 형성되었으며 그 중 4개는 태풍이 됐다. 대서양에서는 2022년 8월에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한 번의 허리케인도 없이 지나갔다.
우리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60km 해상에 도달한다. 이때 힌남노의 최대 풍속은 초속 54m로, 태풍 강도는 가장 높은 ‘초강력’ 단계다. 태풍의 단계 중 ‘매우 강’은 사람이나 돌이 날아갈 수 있는 단계인데, 가장 마지막 단계인 ‘초강력’ 단계에는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는 단계로 우려가 예상된다.
힌남노는 5일 오후 3시 서귀포 남남서쪽 340km 부근 해상을 지나며 6일 새벽 3시 서귀포 동북동쪽 50km 부근 해상을 지난다. 이때 힌남노는 ‘초강력’에서 ‘매우 강’으로 강도가 떨어질 전망이다.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된 ‘사라’는 1959년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한반도를 할퀴었다. 당시 사라는 남해안에 상륙해 영남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고, 사망ㆍ실종자만 900명에 가까웠다.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사라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태풍은 1972년 8월 ‘베티’(550명)와 1987년 7월 ‘셀마’(345명)다.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강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큰 피해를 입힌 ‘루사’는 8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었고, 재산 피해액은 5조1419억 원으로 아직까지 역대 최대다. 사망·실종자는 246명이었고 이재민은 8만8000명 발생했다. 특히 루사 때문에 2002년 8월 31일 강릉에 870.5㎜ 비가 온 것은 우리나라 역대 일강수량 최고 기록이다.
‘루사’ 다음으로 큰 피해를 낸 태풍은 ‘매미’였다. 매미 때문에 전국적으로 4조222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매미의 영향으로 2003년 9월 12일 고산 일최대풍속이 51.1㎧(시속 185.5㎞)나 됐다. 이는 일최대풍속으로 따졌을 때 ‘태풍의 영향으로 가장 강하게 관측된 바람’ 가운데 역대 1위다.
가을 태풍이 더 강력한 이유는 하지와 추분 사이 북태평양 적도 인근 태양고도가 높아 햇볕이 매우 강하게 내리쬐면서 해수면 온도가 연중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 높은 해수면 온도는 태풍이 북상할 때 세력을 유지·증대할 수 있도록도 해준다.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더 큰 피해를 남긴다. 태풍이 몰고 올라오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의 열기가 남하하는 시베리아의 냉기와 충돌하면서 거센 바람과 폭우를 뿌릴 가능성이 높다. 쌀, 과일 등 여러 농작물들의 수확을 앞둔 시기라 도복, 낙곡, 낙과 피해가 불가피하며, 음력 7월 15일 전후 시기는 해수면이 연중 최고로 높아지는 시기(백중 사리)라 해일이 일어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195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태풍 1916개 중 7~8월에 발생한 태풍은 661개(34.49%), 9~10월은 638개(33.29%)였다. 수치상으로는 비슷하지만, 9~10월 발생한 태풍 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가 2020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낸 논문에 따르면 6~8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줄었고, 9~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비율은 2002~2019년 31.6%로 급증했다. 1954~2003년은 2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