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 가구 숫자보다 정비사업 투명성 높인 것 눈여겨 봐야
세간의 관심을 부동산에만 집중되도록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8·16 대책에서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도심 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 등 일부 방안과 관련해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투데이는 7일 이 연구원을 만나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하반기 시장 향방에 관해 물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국민의 관심을 부동산으로 집중시킨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구체성이 없어 당장 수혜를 보는 지역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관심이 부동산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이후 3개월 만에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며 “270만 가구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신탁 방식 활성화 등 민간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계속된 집값 하락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거래되는 매매 건수가 적어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데 무리가 있다면서도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시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조기 적용 등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전반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했다”며 “표본이 적어 사실상 지표로서 가치를 상실했는데 이것으로 서울 전체 25개 구 시장 분위기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현 정부에서 단기간에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갑자기 규제를 확 풀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분간 이러한 조정 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각에서 언급된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해당 방안은 15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엇비슷한 구간 대에서 좀 더 비싼 집으로 갈아탈 때는 도움이 되지만, 이것이 전체 매매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더구나 DSR 규제는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억 원 초과 주담대 완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시장 흐름을 봐서 (주담대) 금융 규제를 할지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2007년부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건설정책과 사업 분석을 맡고 있다. 경기 등 12개 지자체에서 경관위원회 위원으로, 충청북도 등 7개 지자체에서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건축ㆍ경관ㆍ도시계획ㆍ교통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