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것은 법에서 금지하는 대부채권의 양도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부업체 운영자 A 씨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부업자인 A 씨는 등록한 대부업자 등이 아닌 B 주식회사에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근질권을 설정해 주는 방법으로 채권을 사실상 양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C 주식회사로부터 대부계약을 통해 광주시 소재 부동산에 대한 채권최고액을 169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이전받았다. 이후 A 씨는 B 주식회사로부터 약 100억 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C사 근저당권부 채권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해 줬다.
재판에서는 대부채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행위가 대부업법에서 금지하는 대부채권의 ‘양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양 부장판사는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없다”며 대부업법 위반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 부장판사는 “질권자가 실질적으로 ‘추심’ 권한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채권에 대한 질권의 설정은 채권양도와 경제적 실질에 있어 매우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다”며 “대부채권의 무분별한 유통과 과도한 추심 방지라는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질권 설정 또한 금지 대상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취지에 비춰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부장판사는 “채권의 ‘양도’와 채권에 대한 질권 설정 등 ‘담보제공’ 행위는 법적 의미가 명확히 구분되고, 개별법령에서는 물론 일반 법률관계에서도 실제로 구분돼 사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 ‘양도’에 ‘질권설정’을 포함시킨다면 형벌법규에 대한 일반의 예견 가능성을 해쳐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