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공모 혐의를 받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은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원회 판단이 처음부터 안진 측의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제대로 된 징계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열린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주요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는 앞서 검찰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화여자대학교 A교수와 교보생명 직원 B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A교수는 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온 인물이다. 교보생명 직원 B씨는 피평가기관 자격으로 안진에 자료 제공 등의 역할을 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은 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에서 안진 회계사에 대한 아무런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주목했다. 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 조사 결과가 처음부터 반쪽짜리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못했던 점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 측은 앞서 제시한 이메일 증거자료를 다시 한번 제시하며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 초기에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등 피고인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양측이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은 무려 244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논의 끝에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값을 높이자고 합의한 내용을 이메일에 명시했다. 아울러 각종 평가방법 시나리오에 따른 교보생명 가치평가 금액을 묻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빈칸을 채워달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측의 해당 이메일들을 본 적이 있느냐는 2~3번의 질의에 A교수는 "일관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결국 공모 정황이 담긴 핵심 증거가 쏙 빠진 안진회계법인의 제한된 자료 제공으로 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 위원들의 객관적인 판단은 당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A교수는 "유사 거래 비교법과 유사 기업 비교법 두 가지를 사용할 때 유사거래에서는 과거 오래된 예전 거래를 제외해달라는 어피니티 측의 요청이 있었고, 유사 기업 비교법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비록 어피니티가 요청해서 안진회계법인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됐지만 윤리조사 심의위원회 위원들의 입장은 부당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측에 요청한 자료의 상당 부분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 증언도 나왔다. 이날 공판에서 확인된 A교수의 질문에 대한 교보생명의 답변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요청받은 자료 51건 중 9건을 제외한 42건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제출 자료의 경우 부합자료가 없거나 산출하기 어려워 제출 못했다고 답변했다.
실제 자료 제공을 담당한 교보생명 직원의 증인 심문에서도 B씨는 "자료제공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제공하지 못한 9개 정보 제공에 대한 안진이나 어피니티 측의 추가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공판에서 안진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온 점이 확인됐다"며 "어피니티와 안진 관계자들의 위법행위가 명백한 만큼 항소심에서 적절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피니티 관계자 2인과 안진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은 오는 2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