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깜짝 고백’을 했습니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고 정치 입문을 준비하던 시기에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학원에 다녔다고 말한 것입니다. 반도체 산업 발전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것인데요.
윤 대통령은 “그때 충격을 받았다. 현장의 벽이 너무 높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딩이라는 게 어린 시절부터 교육돼야 하는데 교육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이 국가 지원으로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딩 조기 교육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코딩 교육 과정을 늘려 부족한 산업 인재를 육성하고 나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원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사교육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털 인재양성, 코딩 조기 교육만이 답일까요?
하지만 당장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 연구기관이 예측한 수요 예상 인력은 73만8000명인데, 공급 규모를 이를 상당히 초과한 100만 명으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놨던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공약에 끼워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눈에 띈다. (공급이) 26만2000명 많다”며 “과잉공급은 업체에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지만, 학생에게는 불투명한 미래다. 상당수 학생이 취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100만’은 전 국민이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상징적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디지털 인재 교육 내용에 괴리가 있다면 기껏 키운 인재가 남아돌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에서는 DS 부문(Device Solutions)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DS부문 채용 홈페이지의 직무 인터뷰에 따르면, 메모리사업부에서 회로설계를 담당하는 팀의 대부분이 전자전기공학 전공자들로 구성돼있다고 합니다. 설계 업무에는 전자공학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기본 전공 지식이 중요한데,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코딩을 배운다고 반도체 인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교육부는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해 초·중학교 교육 내 정보 교과 수업시수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초등 5학년부터 2년 동안 17시간을 받아야 하는 정보 교육이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아울러 초·중학교는 코딩 교육을 필수화하고, 유아교육에서도 디지털 기반 놀이 환경을 활용하는 등 어릴 때부터 디지털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관건은 교원 확보입니다. 현재 전국 중학교(3172개교) 가운데 정보교과 교사가 정원 내로 배치된 학교는 1510개교(47.6%)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매년 정보·컴퓨터 교과 교사자격증 발급 규모는 연간 516명 수준이며, 교원 신규임용은 연간 174명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신호를 주면 관련 분야의 사교육 시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 교육열이 유난스러운 한국에서 코딩교육까지 정규 교과과정에 들어가면 부모들의 부담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화되면서 코딩 관련 사교육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한 바 있습니다.
지방대학들도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모두 첨단학과 신·증설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는데요. 기존에 반도체 부문에 적용하던 규제 개선안을 확대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대학들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어나면 지방 학생들이 모두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