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의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예고한 대로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지난달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투표로 파업을 가결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자(금융산업협의회) 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노조 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노조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키로 했다.
금융 거래가 마비돼 소비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금융대란’의 우려는 낮다. 금융노조는 전국 7000여 사업장에서 10만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파업 참가 인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금융노조가 내세운 요구가 턱없이 무리하고, 대표적 ‘귀족 노조’의 배부른 탐욕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2016년 금융노조의 총파업 때도 전체 은행 직원의 15%, 4대 시중은행의 경우는 3% 이하의 직원들만 참가했었다.
금융노조는 임금 5.2% 인상을 요구한다. 당초의 6.1%에서 낮아졌지만 사 측이 제시한 1.4%와 격차가 크다.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도 1.4%다. 노조는 또 주 36시간 근무, 임금피크제 개선, 영업점 폐쇄를 막기 위한 사전영향 평가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 중단 등도 요구했다.
어느 것 하나 공감하기 어렵다. 시중은행의 경우 작년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더 달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부터 영업시간이 1시간씩 단축됐는데,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하지만 노조는 원상복구를 거부하고 줄어든 근무시간을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다. 점포 폐쇄도 온라인 금융거래의 확산으로 불가피한 추세다. 한마디로 일은 적게 하면서 임금은 많이 받고, ‘철밥통’ 일자리는 확실히 지키겠다는 집단이기주의와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들의 예대(豫貸)금리 차이를 이용한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이 많다. 국내 은행들이 상반기에 거둔 이자수익만 26조2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뛴 탓이다. 반면 예·적금 금리는 미적미적 찔끔 올렸다. 1800조 원 이상의 가계부채를 안은 서민들은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겠다며 파업을 벌인다.
어떤 명분도 없고, 국민이 외면하는 파업이다. 은행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성과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사회적 책임도 무시하고 있다. 즉각 철회돼야 한다.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대출전환 프로그램 신청이 15일부터 각 은행 창구에서 시작됐다.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의 금융거래에 불편을 초래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 유지 등 비상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