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다음 행선지로 영국 찾아
ARM 인수전 참여할지 귀추 주목
시스템반도체 비전에 대형 M&A 필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을 찾아 글로벌 현장 경영행보를 이어간다. 이번 방문으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끊긴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세기가 이날 영국에 도착했다. 애초 지난 8일부터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열리는 재판 일정에 맞춰 15일 전 귀국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주 재판에 불출석하고 광폭 행보 흐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복권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멕시코와 파나마 등 중남미를 찾았다. 이곳에서 각국 대통령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또 현지 사업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기도 했다.
업계가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곳에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ARM 경영진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물론 퀄컴, 애플 등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 때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자체 기술을 더해 제품을 개발한다. ARM 설계 기반의 AP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지속 악화하는 데다 시스템반도체에서 글로벌 강자들에 밀리는 삼성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앞서 인텔, 퀄컴,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을 꾸려 ARM 인수를 추진하고 삼성전자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방한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을 두고 ARM 인수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 약 12일간의 유럽 출장에서 이 부회장의 일정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맞춰진 데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부회장이 거듭 ‘기술’을 강조하면서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결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며칠 전 찾은 중남미 사업장에서 이 부회장이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자”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번 출장에서 대형 M&A와 같은 중장기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만약 삼성의 ARM 인수가 공식화되면 컨소시엄 내 여러 글로벌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삼성의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달성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 기간 영국을 방문한 만큼 장례식을 찾아 조문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