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 반환 보증을 통해 세입자에 집주인 대신 갚아주고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지난해 3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 불이행자 중에는 다주택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민의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주고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지난해 3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료에 따르면 채무불이행 전세보증금은 2018년 50억 원에서 2019년 386억 원, 2020년 1226억 원, 2021년 3569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는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7개월 동안만 채무불이행 보증금이 3059억 원으로 집계돼 연말까지는 그 액수가 더욱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해지·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보증 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상품이다.
2013년 8월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HUG가 대위변제해준 전세보증금 총액만 1조6445억 원에 달했다. 이중 돌려받은 금액은 7536억 원(45.8%)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8909억 원은 미반환 금액으로 집계됐다.
변제 대상자 중 개인 4052명 중 1529명(37.7%)이 돈을 갚지 않았고, 채무불이행 금액만 8310억 원이었다.
특히 개인 변제 대상자 중에는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자료에 따르면 다주택자만 349명이었고, 이들의 채무불이행 금액만 6398억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04채를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한 다주택자의 채무불이행 금액만 234억 원에 달했다.
손실액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경제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9.2배 수준이던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액 비율(보증배수)은 2022년 52.2배, 2023년 58.6배, 2024년에는 64.6배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금액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보증배수가 예상대로 늘어나는데 정부가 추가 출자해 HUG의 자기자본 비율을 늘리지 못하면, 2024년 중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이 갑자기 중단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