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추가 급등 우려..전기ㆍ가스료 인상시 서민부담↑
올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후 하향할 것이란 정부의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의 국제유가 하향세 등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1400원에 육박하는 원ㆍ달러 환율과 추가 인상을 앞둔 전기·가스요금이 물가 안정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은 5.7%를 기록하며 5월(5.4%) 이후 3개월 만에 6%대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달 물가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향과 할당관세 적용으로 인한 축산물 가격 안정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 안팎으로 치솟다가 90달러 대로 떨어진 국제유가 하향세가 지속되고, 가격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채소류 등 농산물이 내달 본격 출하 등으로 공급여건이 개선되면 10월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안정화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늦어도 10월경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지 않을까, 그 이후로는 소폭이나마 서서히 안정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19일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도 추 부총리는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늦어도 10월 이후 점차 물가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10월 물가 정점론을 재차 언급했다.
그러나 물가 안정화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고환율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00원에 육박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더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추가로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럴 경우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 긴축 속에 우리나라 무역과 수출 등이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악화된다면 환율이 1450원을 넘어 그 위로도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이 더 급등한다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로 사들이는 원자재 등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조만갈 이뤄질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10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의 정산단가 인상과 함께 연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연료비를 동시에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누적된 손실과 환율과 원료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미 예정된 인상분 외에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전기·도시가스요금 상승률이 18%대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7%)의 3배를 넘어섰는데 내달 전기·가스료가 오른다면 해당 물가 상승률은 20%를 뛰어 넘을 가능성이 높다. 동절기를 앞둔 서민들로서는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외 여건 악화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말에 에너지나 원자재 가격이 한 번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