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경매 빌라 낙찰가율 20%대…보증금 회수 어려워
“임대인 채무 정보 확인 의무화하고, 세입자도 주의해야”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경매 낙찰가율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은 일부 빌라는 감정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전세금을 고스란히 떼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불거진 깡통전세(매맷값이 전셋값보다 낮은 주택)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2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전날 서울 강서구 화곡동 D빌라 전용면적 29㎡형은 6317만7000원에 낙찰됐다. 부동산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 경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청한 강제경매로 서울남부지법 경매4계에서 진행됐다. 집주인이 임차인(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강제로 경매시장에 오른 것이다.
이 매물은 여섯 차례나 유찰(낙찰자를 찾지 못함)된 끝에 감정가 2억4100만 원의 28% 수준에 낙찰됐다. 주택 세입자는 보증금 2억1800만 원에 들어왔지만, 최종적으로 손에 쥔 금액은 경매 비용을 제외한 6393만 원에 그쳤다. 전세금의 3분의 2가량을 날린 셈이다.
같은 날 열린 서울 양천구 신정동 S빌라 역시 감정가의 3분의 1수준에 낙찰됐다. S빌라에선 채무자 한 명이 보유 중이던 빌라 세 가구가 무더기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최초 감정가는 3억2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8675만~8975만 원으로 낙찰가율은 27%대에 머물렀다. 이곳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3억2000만 원 중 8338만 원만 손에 쥘 수 있었다.
강제경매 매물이 아닌 다른 빌라 낙찰가율도 대폭 하락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경매7계에서 진행된 중구 신당동 D빌라 전용 28㎡형 경매 결과 감정가 3억8720만 원의 51% 수준인 1억9824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51%를 기록했다. 20일 서울북부지법 경매3계에서 열린 도봉구 쌍문동 M빌라 전용 70㎡형 경매 역시 최종 낙찰가율 82% 수준인 1억5097만 원에 매각됐다.
이렇듯 서울 빌라 경매시장은 부동산 경기 내림세가 시작되자 낙찰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다세대 주택 경매 낙찰가율은 84.6%로 7월 89.9%보다 5.3% 급락했다. 서울 다세대 주택 낙찰가율은 지난 1월 87.5%에서 시작해 5월 88.8%를 기록한 뒤 7월 90%에 육박했다. 경매시장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낙찰률 역시 1월(31%)부터 7월(28%)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23%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기준 91%로 조사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빌라 낙찰가율이 하락할수록, 세입자는 경매 후 돌려받는 보증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질 수 밖에 없다.
HUG가 발표한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511건, 1089억 원 규모로 2015년 집계 시작 이후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사고금액은 5368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금액 5790억 원의 93%에 달한다. HUG가 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도 역대 월간 최고 수준인 830억 원을 기록하는 등 깡통전세 우려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임대인 체납정보 등을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세입자 역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을 보수적으로 계산해 60% 이하 주택 위주로 전셋집을 알아보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