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료도 못내는 기업 확 늘었다"...한전 '좀비 주식'에 돈 떼이는 '이중고'

입력 2022-09-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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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못낸 기업 6월 기준 407곳
취득가액 134억원→90억원으로 줄어
14조 3000억원 적자 한전에겐 부담
정일영 의원 "정부, 경제대책 마련 必"

▲한국전력공사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2017년~2022년 6월 채권확보용 출자전환 주식 보유현황 및 내역. (자료=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한국전력공사에 회사 지분을 넘겨줘야 할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나 다름없는 기업 주식을 떠안은 한전은 보유 지분을 현금화 하지 못해 사실상 돈을 떼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이투데이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한전의 2017년~2022년 6월 채권확보용 출자전환 주식 보유현황 및 내역'에 따르면 한전이 보유 중인 출자전환 주식 업체 수는 2017년 152곳에서 2022년 6월 기준 407곳으로 2.67배 증가했다.

해당 기업들의 가치는 취득할 때보다 33%나 하락해 적자 늪에 빠진 한전으로선 부담이 더 커졌다. 한전의 관리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자전환 주식은 투자목적이 아니라 채무자 회생과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이 인가 결정을 내려 얻게 된 주식이다. 전기료를 감당 못할 정도로 어려운 기업이 회생이나 파산 신청을 해 법원이 허가하면 한전이 전기요금 대신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갖게 된다.

2018년엔 190곳, 2019년엔 235곳으로 상승세가 가파르진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해진 2020년 296곳, 2021년 388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로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전기요금을 미납한 기업이 증가한 것이다.

한전이 보유한 이들 기업 주식의 평가가치(장부가액)는 처음 취득했을 때보다 32.9%나 줄어들었다. 출자전환 주식 407곳의 취득금액은 133억 7300만 원이었는데, 올해 6월 평가 기준 장부가액은 89억 7700만 원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취득금액 상위 10개 업체의 기업가치는 14.4% 하락하는데 그쳤다. 반면 A사의 경우 취득 당시 6억 9700만 원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6900만 원으로 감소율이 90%에 달했다.

확보한 출자전환 주식이 늘고 가치는 떨어진다면 한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상반기까지 14조 3000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해 경영 위기다. 최대 수입원 중 하나인 전기요금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계속 늘어난다면 위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심지어 출자전환 주식은 받지 못한 전기요금 일부에 불과하다. 법원이 인가 결정을 내리면 미납 전기요금 중 10~30%는 제외되고, 일부는 10년 할부로 내면 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가 출자전환 주식이다.

이에 경영 위기인 한전의 세심한 관리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일영 의원은 "한전의 채권 확보용 출자전환 주식 보유 대상 기업들이 2.6배 넘게 늘었다는 것은 코로나19에 이어 원-달려 환율 상승, 원자잿값 상승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더욱 세심한 조치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낙관적인 경제전망만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효과적인 경제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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