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한미 금리역전, 외국인 '엑소더스'우려 과거에는 어땠나

입력 2022-09-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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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과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글로벌 핫머니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경험상으로는 한·미 금리역전이 꼭 외국인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과거와 달라 외국인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865조5267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보유 주식 시총은 569조3046억 원으로 전체의 30.51%를 차지했다.

외국인은 9월 들어 1조8633억 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13일 일 제외하면 13거 래일 동안 12일이 ‘팔자’였다.

외국인 셀코리아가 본격화하면 가까운 시일내에 30%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외국인 시총 비중이 30%를 밑돌게 될 경우 2009년 7월 13일(29.92%) 이후 13년여 만에 처음이 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1996년 5월 이래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사례는 총 4번이다.

먼저 IMF 직후인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았다. 미국은 1990년대 달러 강세를 바탕으로 물가가 안정됐다. 다만, 장기간의 경기 호황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물가 상승이 나타났으며 이를 제어하기 위하여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이어 ‘차이나플레이’(중국 시장발 호재)가 성행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한미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이 두 번의 사례는 경기 확장기로 금리 역전과 관계없이 코스피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1999년 경우 코스피 6개월 수익률은 35.4%였고, 2005년은 26%였다.

세 번째 한미 기준금리 역전 사례는 연준의 정책 정상화가 진행된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이다. 미국은 2015년 말부터 금리 정상화를 내세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편, 2018년 무렵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했는데, 국제 교역 마찰로 펀더멘탈이 취약해진 한국으로서는 기준금리를 강하게 올리기 만만치 않은 환경에 직면했다. 이에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은 팬데믹 직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8년 금리 역전기에 코스피 6개월 수익률은 -4.3%로 전환하며 미국보다 부진한 결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12개월 수익률은 -9.6%에 달했다.

이 시기는 경기 둔화시기로 현재 상황과 매우 닮았다. 2018년 금리가 역전되고 당시 3월을 저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량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금리 역전이 과거와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증시 주변 여건도 이탈 요인이 더 많다.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투자 부진 속에 불쑥 튀어나온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는 한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 상승)의 늪으로 몰고 가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려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004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의 통계청 월간 자료를 실증 분석한 결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이 무역수지 흑자일 때보다 평균 28.3% 증가한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한경연은 무역수지가 감소하면 국내 외화 유입이 줄어들어 원화가치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로 이어져 국내 증시 투자매력도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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