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1년 만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13년 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그룹은 당시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26일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이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 원을 투입하고,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가는 조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 원)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는 인수가로 6조30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한화 입장에서는 이번 매각 가격이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시장에서는 ‘헐값 매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각가 2조 원은 주당 가격을 1만9150원을 책정한 것이다. 이는 이날 종가 2만2000원 대비 10%가량 낮다. 이와 관련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15년 분식회계가 드러난 이후 7년 간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조선의 올 6월 말 총차입금은 3조564억 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8858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조2756억 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 대우조선은 작년 1조7547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5696억 원의 영업손 손실을 냈다.
문제는 산은이 그간 투입한 공적자금이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산은이 신규 자금으로 대우조선에 공급한 자금이 4조1000억 원으로, 현재 손실은 3조5000억 원이다"면서 "이 중 대손충당금이 1조6000억 원, 주식 손상 규모가 1조8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각으로 회사가 정상화되면 대손충당금 1조6000억 원만큼 산은이 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매각 가격을 더 받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을 맞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