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 전력
“거시경제 속 기업 전략 한계 있어”
미래 대비 투자ㆍ기술 초격차 확보
英 ARM 등 M&A로 성장 탄력 기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가 심화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선의 방어책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고, 기술 초격차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원자잿값 상승 등 비용이 폭증함에 따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스마트폰 등 세트와 비교해 반도체가 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비용 지출도 늘어나면서 수출로 인한 이익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과 결제 통화 다변화, 재고 관리 등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재고 관리 등 비용 절감 전략을 펼치거나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점에서 기업들은 재고 관리 등 비용 절감 전략을 펼치거나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향후 1~2년 시장 상황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거시경제의 일이다 보니 기업 차원의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기업들이 당장 다양한 차원의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반도체는 미국 경제·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진 의문”이라며 “기업으로서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거시경제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부가 제품, 기술·가격 경쟁력 강화 등 기술 초격차 유지와 꾸준한 투자를 이어간다. 슈퍼사이클(대호황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6월부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1㎚=10억분의 1m) 1세대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3나노 GAA 2세대 공정을 선보인다. 2025년에는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238단 세계 최고층 4D 낸드 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4세대 10나노(1a) D램 등 차세대 공정 세대교체를 통해 원가 절감에도 나선다. 업황 조기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하고 전략적인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3라인)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P4(4라인) 구축에도 나섰으며 향후 P5·P6도 검토해 캐파(생산능력)를 늘려가기로 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도 조만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기공식을 한다.
SK하이닉스도 이달 6일 충북 청주에 향후 5년간 15조 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공장 M15X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생산 단지를 조성한다. 투자 규모만 약 120조 원에 달한다. 2025년 초 1기 팹(공장)을 착공해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수합병(M&A)에도 주목하고 있다. M&A가 기업 성장에 강한 추진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이 거론된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자산(IP) 1위 기업인 암(ARM)도 유력한 대상으로 떠올랐다.
내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ARM 인수전 참여가 공식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의 핵심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ARM 설계 기반의 AP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다만 각국 규제 당국의 인수 승인 가능성이 희박해 단일 기업의 ARM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가 ARM의 소수지분을 취득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퀄컴, 인텔,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멈춰있기보다 5년, 10년 후를 바라볼 때다. 전략적 분석을 통해 더 좋은 기술력과 앞선 공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력 확보에 M&A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인수 비용 대비 성장 가능성, 수익성 등 이점에 대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