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법률 집행 과정에서 우려 해소 방안 마련"
뉴욕 발언 논란엔 "전혀 개의치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방한한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85분 가량 한미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문제, 경제안보, 주요 지역 및 국제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애초 계획했던 40분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시간이다. 특히 그동안 우려가 나왔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법률 집행 과정에서 우려 해소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 방한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공식 방한 이후 약 4개월만이며, 미국 부통령으로서는 2018년 이후 4년반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확대회의실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나 IRA 관련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하며 "양국이 한미FTA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 대통령도 한국 측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최대 약 1000만원(7500달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역내 평화・안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자신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는 앞서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런던, 뉴욕을 포함해 여러 차례 만나 우리 동맹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가졌다. 국민의 자유, 안전, 번영을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또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서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고 군사동맹에서 경제기술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오늘 해리스 부통령님의 방한은 이를 위한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감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확장억제를 비롯해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심각한 도발 시 한미가 긴밀한 공조하에 공동으로 마련한 대응조치를 즉각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측은 금융 안정, 우주 경제 등에 대해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우선 필요 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양국 정상 차원의 합의 사항을 재확인했다. 또 양국 간 우주 협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계획에 대해 세부 내용을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접견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근 70년 간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인태지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 돼 왔다”며 “우리 방한의 목적은 우리 양국의 힘을 강화하고, 우리의 공동의 노력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한미 정상간 뉴욕 회동 이후 커지고 있는 있는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해선 "미국 측으로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주 런던과 뉴욕에서 이뤄진 만남에 대해 만족스러워 한다"고 답했다.
하루 일정으로 방한한 해리스 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한국 여성들과의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께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DMZ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 가지는 일정으로 북한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방한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흘 만에 또다시 무력 도발에 나선 북한을 비판한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의 DMZ 방문에 대해 "북한이 제기하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동맹의 힘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