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 벙어리 등 비하표현에 이용 주의 당부 문구 표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 국어사전에서 차별·비하표현 546개에 대해 이용 주의를 당부하는 문구가 표시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30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털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표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KISO의 권고를 받아 국어사전 내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KISO는 지난해 8월 어학사전 자문위원회를 출범하고 국어사전에 차별과 비하 표현 의도가 담긴 표제어 1만 여개를 검토했다. 대상은 KISO ‘어학사전 이용자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현대 국어 생활에서 쓰이는 고빈도 단어만을 추출했다. 또 뜻풀이 검색 결과가 규범 표기로 안내되는 비표준어 등은 제외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만 개 중 690여개 단어를 최종 검토했다. 특히 해당 단어가 실제 사용 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말뭉치에서 쓰임을 확인했고,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긍정·부정·중립 비율도 함께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비하·차별표현 중 성격 또는 습성과 관련된 표현이 25.6%로 가장 많았다. 능력이나 직업과 관련된 표현은 22.4%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취약계층(10.9%), 외모·차림새(9.1%), 인종·출신지(6.5%), 성별(4.3%), 나이(4.2%), 성적대상(3.7%), 종교(1.1%) 순으로 나타났다.
성격과 관련된 대표적인 비하표현으로는 ‘게으름뱅이’, ‘겁쟁이’, ‘얌체’ 등이 거론됐다. 반면 ‘꼼꼼쟁이, 새침데기, 공붓벌레’는 빅데이터 긍정 비율이 높고 실제 쓰임에서 부정적이지 않은 요소를 가지고 있어 차별·비하 표현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직업 분류에서는 연예인 직업을 비하하는 ‘딴따라’의 사용 비율이 94.11%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적 표현과 긍정적 표현을 동시에 나타내는 단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바보’라는 단어는 ‘지능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딸바보’ 등 ‘딸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나 아빠를 이르는 말’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황창근 자문위원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사회적 갈등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교육적인 자료로 활용한다던지, 공적 담화에서 사용될 경우 문제되는데 이걸 차별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적인 규제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문위원회 활동을 끝나고 신조어에 대한 혐오표현을 다루기 위한 ‘혐오표현소위원회’도 구성했다”며 “포털에서 쓰이고 있는 모든 표현에 대해 기준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