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6개월째 이어져 '위기'
반도체마저 115억 달러로 5.7% 감소
재정 적자에 이어 경상수지도 위기
세계 경기 침체로 무역 상황이 악화되면서 믿었던 반도체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23개월 연속 이어오던 수출 상승세가 주춤하며 이미 적자인 관리재정수지에 이어 경상수지까지 적자인 '쌍둥이 적자'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574억 6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수출의 상승세는 23개월 연속 이어졌지만, 그 흐름은 긍정적이지 않다. 20%대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 5월과 달리 6월(5.3%)부턴 한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8.7%, 8월 6.6%, 9월엔 2%대로 상승세마저 둔화했다.
수출은 한국 무역의 중심이다. 수출이 둔화한다는 것은 무역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9월 무역수지는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9월 수출액은 574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8%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6% 늘어난 612억3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37억 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더 큰 문제는 가장 든든했던 반도체 수출이 재차 흔들렸다는 점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14억 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나 감소했다. 두 달 연속 내림세다. 그 외에 철강도 21.1%, 석유화학도 15.1%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수출도 6.5% 줄면서 넉 달째 감소했다.
한국 무역에 생긴 먹구름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무역적자는 4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앞서 1996년 기록한 최대치인 206억 2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무역적자가 늘어나면 경제의 안정성 평가 기준인 경상수지에도 빨간불이 커진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재화와 서비스 등 모든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무역수지는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원화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설상가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이미 적자인 재정수지와 함께 쌍둥이 적자로 이어지게 된다.
무역수지 적자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므로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정부로선 이렇다 할 도리가 없으며, 전쟁이 끝나도 에너지 가격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당분간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당장 해결하기 힘든 수입보단 수출에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는 다소비 구조를 바꿔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해나갈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 증가율도 지난 6월 이후로 한 자릿수를 기록 중인 상황이며, 세계 경기둔화와 반도체 가격하락 등 고려할 때 당분간 높은 수출증가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10월 중 국무총리 주재의 무역투자전략회의를 개최해 시장·공급망·중소기업 등의 무역 위험 요인을 적극 관리·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관리에 대해선 "겨울철 에너지 수급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에너지 수요 절감과 효율 제고를 통해 올해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인 에너지 수입 수요 관리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