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기 외환시장 개입 효과 제한적 판단
강달러, 인플레 잡는데 효과적 인식
“최선의 전략은 입 다무는 것”
미국 달러화 가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지난달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올해 상승폭은 17%에 이른다.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면 미국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주변국 입장에서 달러 강세 장기화는 악재로 통한다.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달러 표시 부채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부채 비율이 높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까지 달러 강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2일 엔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자 결국 24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은 이렇다 할 입장이나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경제학자들과 미국 재무부 전직 관리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바이든 정부가 달러 강세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한 외환시장 개입이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가 꼽힌다. 또 달러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돼 재무부는 굳이 시장에 개입해 물가를 잡으려는 연준의 노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
재무부 출신으로 현재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의장인 마크 소벨은 “재무부는 향후 강달러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그들의 최선의 전략은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1985년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 G7의 전신인 주요 5개국(G5)이 참여한 ‘플라자 합의’ 이후 외환시장에 사실상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특히 WSJ는 플라자 합의 당시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해서 재무부가 효과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해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은 있다. 바로 고용시장이다. WSJ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실해 달러 강세의 잠재적인 역풍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세계 경제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국은 강달러가 자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달러 상승 기조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