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친화 탈바꿈에 스타트업 중심지로
대기업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
이랬던 도시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100년 만에 맞는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기에 스타트업들이 디트로이트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도시재생 비결을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그런 상황에서 눈에 띈 곳이 바로 행사장 안쪽에 있는 스타트업 부스였다. 닛케이는 “여느 오토쇼처럼 사람이 몰려들 만한 신차는 전혀 없었지만, 디스플레이를 앞에 두고 열변을 토하는 기업인들이 모였던 곳”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스템 개발 등 최근 자동차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이슈를 중점적으로 논했다.
이 자리에 있던 듀나미스클린에너지의 나탈리 킹 CEO는 과거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다 최근 전기차 충전 시스템 개발 사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듀나미스는 디트로이트 외곽에 본사를 두고 있다.
킹 CEO는 “2008년 금융위기부터 2013년 재정 파탄에 이르기까지 디트로이트에 어려웠던 시기가 있던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는 동시에 변화에 대한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재정 파탄과 동시에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난 것이 가솔린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100년에 한 번 있는 변혁’이었다”며 “과거 혁신이라고 하면 미국 서해안 실리콘밸리가 관심을 받았지만, 변혁의 물결은 자동차 산업의 고향으로도 밀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디트로이트엔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미국 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가 2020년까지 5년간의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을 주별로 조사한 결과, 성장률에서 미시간주가 단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미시간주의 최대 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러한 환경이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재정 파탄 직후 시장에 취임했던 마이크 더간은 도시 부채 감축과 동시에 적극적인 기업 유지책을 내놓았다. 여기엔 억만장자이자 디트로이트 출신 댄 길버트의 도움이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기업 퀴큰론스를 설립하고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구단주로 활동했던 길버트는 폐허가 된 땅을 차례로 매입한 후 사무실과 스마트 주택으로 개조해 젊은 스타트업 기업인이 모이기 쉬운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JP모건체이스까지 디트로이트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면서 도시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엔 대기업들도 다시 디트로이트를 찾고 있다. 포드가 디트로이트에 빌딩을 매입해 5000명이 근무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 거점 계획을 공개했고, 올해 들어선 구글도 이 계획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항공 모빌리티 기업 ASX의 존 리마넬리 CEO는 “모빌리티의 재발견은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이곳엔 뛰어난 엔지니어가 많고, 디트로이트는 그야말로 혁신을 창출하는 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