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의 예·적금 상품의 금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악몽의 시기지만, 대출이 없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자산을 불리기 더 좋은 시기입니다.
은행마다 예·적금 금리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10%가 넘는 곳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NH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의 경우 가장 높은 금리를 자랑하는 상품은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입니다. 'WON플러스예금'은 연 4.55% 금리를 제공하는데요. 총 1000만 원을 예금했을 경우 1년 만기 시 이자로 38만4930원(세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연 4.50%),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연 4.15%),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Ⅱ'(연 4.00%)도 연 4%대 금리를 보이는데요. 5대 시중은행 대부분이 최고 4%대 금리의 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알 수 있죠.
문제는 적금입니다. 적금은 은행별로 최고 금리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최고 연 13.20%, 신한은행의 '신한 플랫폼 적금'(야쿠르트)은 최고 연 11.00%,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과 '핫딜적금X우리카드'는 최고 연 10.00%,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워킹적금'은 최고 연 10.00%, 우리종합금융의 '하이 위더스 정기적금'과 '하이 정기적금'은 최고 연 10.00% 금리를 제공하는데요.
사실 이 상품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연 10%대 금리를 제공받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만 살펴보더라도 상품명에서 우대조건이 얼마나 특이한지 알 수 있죠. 그야말로 로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단 이 상품을 가입하게 되면 매주 번호를 6개 받게 되고, 매주 금요일 추첨을 통해 번호 6개가 모두 맞은 경우에 한해 기본금리 3.20%(정액적립식 기준)에 우대금리 10%가 더해지죠.
월 납입한도도 있습니다. 월 50만 원까지만 적립할 수 있는데요. 1년 만기 상품인 만큼 최대 600만 원까지만 입금이 가능한 셈이죠. 정액적립식은 월 5만~50만 원 이내, 자유적립식은 한 달에 최소 1000~50만 원까지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는데요. 600만 원을 입급했을 때 만기 시 예상이자는 기본금리가 적용된 경우 자유적립식(연 2.90%) 상품은 세후 7만9736원, 정액적립식은 8만7984원 입니다. 만일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우대금리 10%를 적용받게 되면 자유적립식은 35만4686원, 정액적립식은 36만2934원의 이자를 받습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3.70%에 랜덤금리코드 이벤트를 통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요. 선착순 10만 명까지는 최소 연 5.0%의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연 10.0%의 금리를 제공받는 고객은 단 1000명에 불과한데요. 이 상품도 월 최대 30만 원까지만 적립할 수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워킹적금'은 우대조건이 더 특이합니다. 기본금리는 연 1.0%로 아주 낮은 수준인데, 연간 걸음수 달성 여부에 따른 우대금리를 적용합니다. 이 상품에 가입한 후 휴대전화에 웰컴저축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웰뱅 워킹 서비스'를 꼭 가입해야 하는데요. 이후 연간 100만 보 이상을 걸으면 1.00%, 200만 보 이상 걸으면 3.00%, 300만 보 이상 걸으면 4.00%, 400만 보 이상 걸으면 6.00%, 500만 보 이상 걸으면 8.00%의 우대금리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6회 이상 당행 입출금통장을 통해 자동이체 납입 시 1.00%의 추가 우대금리가 제공되죠.
하지만 이 상품도 월 납입한도가 20만 원에 불과합니다. 연간 최대 240만 원만 적립할 수 있는 셈이죠. 연 10%의 금리를 받아도 1년 만기 시 받는 이자는 세후 10만9980원입니다.
이처럼 연 10%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들은 기본금리보다 우대금리가 높게 책정돼 있는데요. 우대조건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월 납입 한도도 낮아 목돈을 만들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마케팅용 미끼 상품인 셈이죠.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연 10%를 넘는 고금리 적금 특판 상품은 홍보용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거나 납입 한도가 낮아 고객들이 받을 수 있는 이자 혜택은 크지 않다"며 "요즘처럼 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오히려 목돈을 손에 쥐려면 기본금리가 높고 납입한도가 없는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거나 절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