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 말린 하와이의 친환경 의지…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9년 앞당겼다

입력 2022-10-06 16:01수정 2022-10-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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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섬 하와이, 기후변화 대응 선택 아닌 필수
트럼프, 파리협정 탈퇴 당시 주정부 차원 반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40%’ 목표, 작년 조기 달성

▲사진출처 AP뉴시스

비닐봉지 없어요?

휴양지의 대명사인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 집행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하와이 곳곳에서 주 정부 차원의 엄격한 친환경 정책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닐봉지 정책이다. 하와이 마트에서는 에코백이 필수다. 비닐봉지는 7년 전 퇴출당했다. 미국 내 최초다.

스노클링 성지로 불리는 하나우마베이는 하루 입장 인원을 1000명으로 제한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등 특정 성분이 들어간 선크림이 주 전체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모두 바다 환경 보호를 위한 하와이의 특단의 조치다.

하와이가 친환경 정책에서 ‘최초’ 팻말을 꽂은 정책은 또 있다. 바로 ‘청정에너지’ 부문이다. 하와이는 2015년 미국 50개 주(州) 중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을 때에도 하와이는 50개 주 중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파리협정 이행법을 제정하며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었다. 하와이는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스콧 글렌 하와이주 클린에너지 담당 국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호놀룰루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주관한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석한 기자들에 재생에너지 정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달 중순 호놀룰루에서 만난 스콧 글렌 하와이주 클린에너지 담당 국장은 “2015년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세웠다”면서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난 8년간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와이주 전체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40%로 끌어올리면서 2030년으로 설정했던 목표를 9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글렌 국장은 “하와이는 크게 8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섬별로 목표 달성률이 다른데, 카우아이섬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미 69.5%로 끌어올리며 2040년 목표치(70%)에 도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마지막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며 150년간 활용했던 석탄발전에 ‘안녕’을 고했다. 극심한 에너지 위기로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가 석탄발전으로 눈을 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에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6년 하와이가 기후변화로 담수 부족, 해양산성화, 해안선 침식 등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 빠른 청정에너지 정책 도입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이 급등했을 때 빛을 발했다. 글렌 국장은 “원유를 통한 발전 비용은 1킬로와트시(kWh)당 30센트(약 420원)인데, 태양광은 우리 주에서 9센트 정도”라면서 “카우아이섬은 올해 전기세가 1~2%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섬은 전력 생산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면서 발전용 원유 의존도를 줄인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반면 재생에너지 비율이 33%에 그친 오하우섬의 전기세는 30% 올랐다”고 설명했다.

청정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둘러싼 우려와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렌 국장은 “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기술보다 사회적 측면의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주민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설치에 필요한 토지사용을 항상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여전히 청정에너지에 대한 하와이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글렌 국장은 “연방정부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탄소 배출 제로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배출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East-West Center)가 주최한 2022년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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