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시 OPEC+ 감산 여파 상쇄...에너지원 확보 도움될 듯”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구기구(OPEC) 플러스(+)가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되려 대규모 감산을 결정한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로 눈을 돌려 원유 공급 늘리기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풀어 미국 정유사 셰브런의 현지 석유 생산과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제재 완화의 대가로 2024년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기 치르기 위해 야당과의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 야권은 미국 은행에 동결된 수억 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자금을 풀어 식량과 의약품 수입과 전기·상수도 등 인프라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물밑 협상을 해왔는데, 지난주 베네수엘라가 구금해왔던 6명의 미국 시민권자와 1명의 영주권자를 석방하고 이에 맞춰 미국은 마약 밀매 협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마두로 대통령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조카 2명을 석방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을 키웠다고 WSJ은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일 320만 배럴을 생산한 주요 산유국으로 꼽혔다. 석유 매장량은 최고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부패와 방만한 경영과 관리 부실 등으로 사실상 10년 새 관련 산업이 붕괴했다. 여기에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재를 부과하면서 베네수엘라에 진출했던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관련 산업이 더욱 위축됐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미국과의 협상이 성사돼 셰브런이 생산을 재개하고 미국 정부가 수출을 승인하면 베네수엘라는 수개월 내로 현재 하루 45만 배럴인 수출 물량을 두 배 수준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베네수엘라는 미국 제재를 피해 중국과 같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 가격을 낮춰 원유를 판매해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미국·유럽의 에너지원 확보와 국제 유가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협상 성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협상을 두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론 야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 내부에서는 해당 협상이 신자유주의로 선회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강경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이끄는 야권 등 양측 내부의 반대에서도 이번 합의가 마두로 정부에 별다른 양보 없이 정권 유지의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