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배상액 58억→2심 18억여 원…40억 더 받게 되나
대법 “사측, 허위 부양된 부분 제거된 ‘정상주가’ 증명해야”
27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한전선 투자자들에 대해 법원이 인정한 주가 폭락으로 인한 배상액이 커질 전망이다. 대법원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산정된 손해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원심에 파기‧환송해서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배척하면서 대한전선 투자자들이 받을 손해배상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이 인정한 배상액은 약 58억 원이었으나, 2심에선 18억여 원으로 40억 원 가량 줄어들었던 상황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대한전선의 주주이거나 주주였다가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들이 대한전선 분식회계 및 허위 공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배상을 사측에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대한전선은 2011년과 2012년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매출채권을 회수가 가능한 것처럼 꾸며 매출을 부풀렸다.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해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증권신고서에 거짓으로 기재했다. 대한전선은 연결기준 2011년에 3086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공시했으나, 실제로는 5747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공시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들은 피고 회사 주식을 취득했고 2013년 11월 4일 정상 공시가 이뤄진 이후 주가는 하락, 같은 해 11월 20일 기준 대한전선 주식 종가는 2485원까지 떨어졌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사‧감리 조치 과정에서 2014년 12월 3일 분식회계 사실이 공표되고, 한국거래소는 그 다음날인 2014년 12월 4일 매매거래 정지를 조치했다.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해제된 2015년 12월 8일 직후인 같은 달 10일엔 대한전선 종가가 479원으로 주저앉았다.
1심과 2심은 원고들인 대한전선 투자자들에게 사측이 손해액을 일정 부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2심은 손해금액의 경우 매수가격과 정상주가 간 차이라고 판단한 점은 같았지만, 정상 주가로 보는 시점이 달랐다.
1심은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정상주가를 거래재개 후 ‘2015년 12월 10일’ 감자 전 주가 479원으로 해서 손해배상액수를 산정했다. 대한전선 투자자들 입장에서 배상금을 가장 많이 책정 받는 원고에게 유리한 판결이다. 이 때문에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배상액은 약 58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2심은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정상주가를 정상보고서 공시 직후 ‘2013년 11월 20일’ 종가 2485원으로 삼아 손해배상액수를 산정했다. 피고 회사인 대한전선 측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배상액수를 1심보다 감액한 것이다. 2심이 인정한 배상액은 18억4000만 원 정도로 1심 때보다 대폭 축소됐다.
대법원은 정상주가 산정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정상 공시된 직후인 2013년 11월 20일 주가를 정상주가라고 단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정상 공시 직후에 형성된 주가가 ‘허위 공시로 인한 부분이 남아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정상 공시 직후인 2013년 11월 20일의 종가를 정상주가라고 보고 그 이후의 주가 하락분 손해에 대해 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판결 중 일부 원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액은 매수가격에서 정상주가를 뺀 액수로 정하는데, 정상 공시 직후 형성된 주가를 정상주가라고 보려면 “반드시 사측에서 그것이 허위 공시로 부양된 부분이 제거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처음으로 입증책임을 명시했다.
대법원은 “허위 공시한 사실이 밝혀진 이후 그로 인한 충격이 가라앉고 허위정보로 인하여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되어 다시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면 그 정상주가 형성일 이후의 주가변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 공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