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물가에 소비심리 위축
“광군제, 블프(블랙 프라이데이)인데도 설레지 않네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하는 킹달러가 지속되면서 유통가 하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 11일),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5일)를 앞두고도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 업계는 대대적인 직구 행사를 벌이며 소비심리를 띄우는 '예열'단계에 일찍부터 돌입하고 나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는 이달 초 트레블 월렛 결제시 제공됐던 프로모션 혜택을 종료했다. 당초 알리익스프레스는 결제플랫폼 트레블월렛과 연계해 10% 할인 프로모션을 5%로 혜택을 줄인 데 이어 지난 1일 완전히 종료했다. 소비자로선 고환율로 직구 매력이 사라진 데 더해 행사까지 없어져 쇼핑 동인이 사라진 셈이다.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하반기 ‘대목’ 행사로 꼽히는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가 임박했음에도 올해는 고환율에 소비심리까지 쪼그라들면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실제 G마켓 해외직구관의 올해 카테고리별 매출(1~10월 누적) 신장률은 잼·시럽, 식용유·오일, 영양제 등 일부 식품을 제외하곤 의류, 수입명품 등에서 한 자릿수 혹은 10% 초반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킹달러 여파는 직구 거래액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이하 직구)액은 1조3021억 원으로 지금보다 환율이 낮았던 지난 1분기와 비교해 5.1% 감소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가별로 보면, 직전 분기와 비교해 미국, 유럽연합 등지에서 각각 7.6%, 17.1% 직구액이 감소했다. 반면 엔저 현상에 힘입어 일본을 통한 직구 거래액은 11.7% 뛰었다.
업계는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할인공세에 들어가며 소비심리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G마켓은 이달 23일까지 ‘숨참고 직구 다이브’ 프로모션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미국, 유렵, 호주 등 지역의 직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인 11월에는 더 큰 규모의 직구 행사도 기획해 선보일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찌감치 '아마존'을 들이며 직구 포문을 연 11번가는 지난 7월 ‘썸머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프리 블랙 프라이데이’ 이벤트를 17일까지 진행한다. 매일 6개씩 공개되는 ‘원데이 블랙딜’과 함께 할인 쿠폰 프로모션을 통해 하루에 최대 13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이벤트를 설계했다. 최근에는 서울 홍대에 해외 직구 물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마존 팝업스토어’까지 열며 모객행위에 나서고 있다.
롯데온은 ‘해외직구 세일 위크’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1만 여개 다해외직구 상품을 선보이며, 몽클레르, 바버, 구찌, 버버리 등 해외직구 인기 브랜드를 모아 행사를 구성했다. 사전에 고객들이 해외직구로 자주 구매하는 150개 이상의 인기 상품 재고를 미리 확보해 셀러들과 해당 상품에는 환율 변동을 최소화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협의했다.
대대적인 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적극 열어젖히기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환율 탓에 직구한 물건을 환불하면 차익이 날 정도”라며 “할인이 들어간다고 해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 가격을 겨우 보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