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2일 신탁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혁신기업 등의 비금전재산신탁의 수익증권 발행을 원칙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비금전재산 신탁의 수익증권 발행이 제한돼 있다. 자산유동화법상 유동화 제도는 유동화 대상 자산을 보유한 법인의 신용도 요건(더블B 이상) 때문에 업력이 짧은 혁신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거나 없는 중소기업은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최근 규제특례(샌드박스)를 통해 빌딩·저작권 등 비금전재산을 신탁해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조각투자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지만, 해당 수익증권 발행 근거가 없어 신탁업 제도 정비가 필요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전·보험금청구권을 제외한 모든 재산의 수익증권을 허용한다. 금전은 펀드와 유사하고, 보험금청구권은 보험범죄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제외했다.
신탁가능 재산의 범위도 넓힌다. 채무, 담보권 등도 신탁가능 재산에 포함한다. 재산 신탁시 주택담보대출 등 재산에 결부된 채무도 신탁을 허용한다. 단 과도한 채무신탁에 따른 신탁계정 부실화, 채권자 권리침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순재산이 마이너스(-) 되는 수준의 채무수탁은 제한한다.
담보권은 재산의 원소유자(위탁자)가 담보권신탁대출 실행을 위해, 재산에서 담보권만 분리하여 신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소유권이 이전되는 담보신탁대출 대비, 위탁자의 안정적인 재산사용이 가능하고 수탁자도 예상하지 못한 법적책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부동산 신탁수익증권 발행은 부동산신탁사만 허용하고, 금전채권·무체재산권·증권·동산·부동산관련권리·담보권은 해당 재산 신탁이 가능한 은행·증권·보험 모두 허용한다. 재산 구성은 단일 종류로 구성된 신탁만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 총액 한도는 신탁재산의 순자산가액 내로 제한한다.
수익증권은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고 시장에서 익숙치 않은 상품인 점을 감안해 판매처를 인가하고, 행위·판매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펀드 관련 규율을 준용한 정보제공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차익 발생 방지를 위한 운용규제 장치를 도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동화법 등 기존 제도를 통한 자산유동화가 어려웠던 중소·혁신 기업의 보유자산 유동화 및 자금조달을 지원할 수 있다”며 “조각투자, 주식소수점 거래 등 혁신서비스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병원·법무법인·회계법인·세무법인·특허법인 등 신탁업자가 아닌 비금융 전문기관이 신탁 업무 일부를 맡아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신탁업무 위탁 관련 규율을 정비할 방침이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가 외부의 전문기관에 신탁업무 일부를 맡기는 것이 어렵다. 자본시장법에서 신탁과 관련한 업무위탁을 허용하고 있지만, 주요 업무는 신탁업 인가를 받은 신탁업자에만 위탁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금융회사들이 신탁업을 겸영하고 있어, 금융회사 간에만 신탁 관련 업무위탁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비금융 전문기관의 신탁 업무를 맡기는 예로 △세제 및 법률자문에 전문성 있는 법무법인-유언대용 신탁 전문기관 △특허권 관리·활용 등에 전문성 있는 특허법인-지식재산권(IP) 신탁 전문기관 △치매노인 돌봄 및 요양에 특화한 의료법인 및 병원-치매·요양 신탁 전문기관 △애완동물 관리에 전문성 있는 동물병원-애완동물 신탁 전문기관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중소·중견기업이 신탁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자본법은 신탁업자의 신탁을 통한 우회적 지분 취득을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15%로 제한하고 있는데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목적으로 설정된 신탁에 편입된 주식은 온전히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주택이 고령층 주요재산인 점을 감안해 주택연금 가입 요건 충족시 신탁된 주택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행위능력이 부족한 수익자의 재산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후견·장애인신탁도 활성화한다.
금융위는 가업승계 신탁, 신탁 주택 주택연금 가입, 후견·장애인신탁 활성화는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이 방안은 제3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심의를 거친 내용으로, 내년 1분기 국회 논의를 목표로 법령 개정안 마련 등 후속조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