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보험계약에 따른 모든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현재 시점(보고 시점)의 가정과 위험을 반영한 할인율을 사용해 보험부채를 측정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자본 부담은 커진다. 보험사는 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쌓는다. IFRS17 체제에서는 계약 시점이 아니라 회계작성 시점의 금리를 바탕으로 적립금을 계산함으로써 과거 고금리 상품 보유계약이 많은 생보사와 같은 보험사는 그만큼 보험부채가 늘어나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최근 수년간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25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850억 원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1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해 총 2750억 원의 자본을 추가로 마련했다.
캐롯손해보험은 올해 총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1750억 원의 투자유치를 확정했고, 연말까지 2차 증자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400억 원의 무보증후순위사채를 발행하고, 흥국화재는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신종자본증권 600억 원과 100억 원 발행을 의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이 대형 보험사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유 계약의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이 우수한 우량 보험사의 경우 IFRS17 도입 이후 진가가 드러날 것이란 논리다.
IFRS17 도입이 보험업계 경영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재무제표만 봐선 보험사들 스스로도 자산운용수익과 지출·손실 등을 비교할 수 없다”며 “IFRS17이 들어오면 상품별 마진이 분석되는 등 회사가 경영관리를 하는데 아주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선제적으로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금을 확보해 새 제도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실적발표회에서도 “IFRS17으로 전환하게 될 때 LAT 잉여로 고정형 부채의 준비금 부족액을 상계하면서 처리하게 된다”며 “타사보다 월등히 높은 LAT 잉여금을 활용해서 고정형 준비금 증가를 상계하고 자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익까지 고려하는 전략을 실행하게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보험업계에서 IFRS17 대비를 가장 잘 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새 회계기준에 대한 대응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부채적정성평가(LAT)잉여율이 지난해 말 기준 약 39%에 달한다. 삼성화재는 실적발표회를 통해 IFRS17 도입 이후 당기순이익이 30~40% 넘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