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파업 강행 의사
정유설비 60% 이상 가동 중단…사회 곳곳 마비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프랑스 에너지부는 이날 미국 엑손모빌의 프랑스 자회사 에소가 운영하는 노르망디의 정유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유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3주째 이어지면서 주유대란 사태가 심각해진 데 따른 특단의 조치다.
프랑스 정부가 파업 노동자에 복귀 명령을 내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프랑스에서 노동자가 파업할 권리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필수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을 징발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노동자는 1만 유로(약 1389만 원) 벌금 또는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강경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총동맹(CGT) 산하 토탈에너지와 에소 노조는 지난달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정유소를 폐쇄했다. 앞서 엑손모빌은 2023년 6.5% 임금 인상에 2개 노조와 합의했으나 CGT가 10%의 임금 인상을 새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정유사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10%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사측과 대화를 나눈 후 티에리 뒤프레네 CGT 대표는 “정부가 복귀 명령을 내린 정유시설 직원들이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탈에너지에 있는 다른 노조인 노동자의힘(FO)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업에 따른 주유대란은 사회 곳곳을 마비시키고 있다. 파업 여파로 현재 프랑스 정유 설비의 60% 이상이 가동이 중단되고 전국 주유소 3곳 중 1곳이 연료가 동이 난 상태다. 스쿨버스와 쓰레기 수거차, 구급차 등이 연료 부족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자동차 경주와 축구 경기 등 다양한 여가 활동도 연기되고 있다.
정유사 근로자뿐만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일부 근로자들도 임금 문제로 파업을 벌이면서 원자로 8기에 대한 유지 보수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는 유지 보수 등의 이유로 전체 원전 총 발전 가능 용량의 51%만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