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얼어붙은 스타트업에 더욱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든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엑시트를 앞둔 기업이 더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처럼 투자 엑시트를 앞둔 곳보다 가치가 높지 않아 낮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큰 액수를 조달하기 어려워 적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9월 한달간 투자금액을 많이 받은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이 시드‧시리즈A‧시리즈B처럼 초기 단계 위주의 투자를 받았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투자자도 10년 후 엑시트를 바라보는 스타트업에 오히려 투자하고 있다"며 "창업이 적기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 본부장은 “전반적으로 투자가 어려운 만큼 2차 투자를 받는 기업보다 초기 투자를 받는 기업의 수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수익을 얻기 어려워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가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미 다 성장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곳보다 처음부터 발전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VC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투자가 과열돼 스타트업이 과대 평가된 경우도 있다"며 "거품이 꺼진 지금 괜찮은 회사를 처음부터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힘이 있는지를 많이 본다”며 초기 기업의 경우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 파이를 늘리려고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VC 등 글로벌 자본과 함께 2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키우기 위해서다.
앞서 VC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도 충분한 투자금이 확보돼 있다”며 “그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내 유보금을 벤처 투자에 쓰는 것도 투자로 인정해 법인세 징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법 개정으로 국내에서 투자금 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모태펀드 규모는 줄이면서 해외에서 펀드를 조성했다고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