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고1인 딸 학원비 좀 벌어 보려다 빚만 늘게 생겼다.”
올해 초 네이버와 카카오에 각각 1000만 원씩 투자한 주부 박 모(45) 씨는 멘붕(멘탈 붕괴·정신이 무너짐)에 빠졌다. 연초 대비 반 토막 난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가 15일 오후 발생한 카카오톡과 네이버 쇼핑라이브 등에서 발생한 장시간 서비스 장애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16일 주식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동학개미(국내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투자자 A씨는 “더 추락할 지하실도 없다”면서 “투자자들이 보는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B씨는 “17일 카카오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주식거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삭제할 것이다. 다시는 주식시장은 쳐다도 안 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카카오 그룹주와 네이버 주가는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종가가 11만2500원이었지만, 이달 14일에는 5만1400원을 기록해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5만90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70.3%, 카카오페이는 17만4500원에서 3만6100원으로 79.3% 각각 하락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9만1000 원에서 3만8250원으로 58.0% 떨어졌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37만8500원에서 16만5500원으로 추락했다.
서비스 장애 탓에 카카오와 네이버는 기업 신뢰에 타격이 예상된다.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특히 카카오의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경우 텔레그램이나 라인 등 다른 메신저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이 벌써 늘고 있어 4000만 명이 넘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계획해온 새로운 수익 모델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올해 4분기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광고를 도입해 수익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은 “불안해서 돈을 맡길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쪼개기 상장’에는 집중하면서 ‘서버 쪼개기 분산’에는 실패해 장시간 서비스 장애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비교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긴 했다. 그러나 쇼핑라이브 같은 일부 서비스가 장애를 빚었고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플랫폼 대표주식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급락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테슬라(-7.6%)와 루시드(-8.6%) 등 전기차 종목들은 물론 반도체주와 빅테크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