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지자 관련업종인 가구·인테리어 업계에서 "생존을 우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주택시장이 이미 거래절벽인 상황에서 이자부담 가중으로 매수심리가 더 얼어붙는다면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 1위 기업인 한샘의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액은 4970억 원으로 전년(5358억 원)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은 50억 원 수준으로 전년(226억 원) 대비 78% 급감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샘의 핵심 사업인 리하우스(공간 리모델링 사업)와 키친&바흐 등 홈리모델링 매출이 30% 넘게 꺾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의 40%를 차지했던 핵심 사업의 부진이 한샘의 외형 감소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가구업계 전반적으로 이같은 실적 악화를 뚫고 나갈 반등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빅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3%에 이르면서 주택매수심리 하락세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4월 1752건을 기록한 뒤 내리 감소세를 보이다 8월 673건까지 떨어졌다. 작년 같은 기간 매매거래량은 4월 3653건에서 8월 406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달 거래량은 69건에 불과하다. 통상 주택매매거래 감소로 이사가 줄어들면 리모델링이나 가구 구매 수요도 줄어든다.
가구업계는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비용이 급증하면서 몸살을 앓았다. 앞서 한샘은 올해 상반기 1조2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2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줄어든 데 비해 영업이익은 77% 급감했다. 현대리바트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은 6840억 원에서 7288억 원으로 7% 가까이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49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감소폭이 무려 83%에 달한다. 1분기 50억 원을 웃돌았던 영업이익이 2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도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가량 감소한 62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샘, 현대리바트, 이케아코리아, 퍼시스 등 대부분의 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격 인상으로 방어했지만 부진을 벗어나진 못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3분기의 실적 악화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그 때부터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시장이 활성화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침체기를 버틸 대책을 찾고 있다. 한샘의 경우 주택시장의 거래절벽 가능성을 감안해 이사를 가지 않고 집을 고치는 수요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문 창호와 베란다 폴딩도어 시공 등 노후화가 진행되는 주택의 먼지 유입과 난방, 소음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리모델링 사업이다. 한샘은 올해 4분기에 거실∙욕실∙침실∙서재 등 바꾸고 싶은 공간만 선택해 바꾸는 부분 공사 상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리바트 집테리어’ 영업망인 '리바트 토탈'을 확대하는 데에 공을 들인다. 리바트 토탈은 대규모 인테리어 전시장으로 리바트 제품을 비롯해 인테리어 상담과 컨설팅 등이 함께 이뤄진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7월 문을 연 '리바트토탈 천호'를 시작으로 연내에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목동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등에서 전시장 6곳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이케아는 전화, 채팅, 온라인 화상 서비스 등 원격 채널을 통해 상담부터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인테리어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전 매장과 원격 채널로 확대한다.